"출장, 행사도 줄여라" 재정 압박에 직원 2000명 줄이는 英 BBC
수신료 기반 축소 등으로 재정 압박 심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심각한 재정 압박을 이유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다.
BBC는 향후 2년간 약 5억파운드(약 1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800~2000명을 줄일 계획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전체 정규직 2만1500명의 8.4~9.3%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로드리 탈판 데이비스 BBC 사장대행은 전 임직원 대상 화상회의와 내부 성명을 통해 감원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방안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5억파운드 규모로는 크고 어려운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BBC 라디오 '미디어쇼'에도 출연해 "앞으로 3~4개월 동안 라디오, 텔레비전, 온라인에서 BBC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어떤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채널이나 서비스 폐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재정 압박의 핵심 원인으로는 수입 감소와 비용 상승이 지목된다. 데이비스 사장대행은 "고공행진하는 제작비용, 수신료 및 상업적 수입의 압박, 세계 경제 불안 등으로 수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채용, 출장, 경영 컨설팅, 행사 참석 등 각종 지출 통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스트리밍 플랫폼 확산으로 전통적인 TV 시청 가구가 줄면서 수신료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BB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수신료 수입은 실질 기준으로 약 12억파운드 줄어들며 약 25% 감소했다. 감소액은 연간 180파운드 수준이다. BBC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94%에 달하지만, 실제 수신료 납부 가구는 8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대규모 감원과 함께 2027년 말 만료되는 왕실 헌장 갱신 협상도 정부와 병행하고 있다. 리사 낸디 영국 문화부 장관은 BBC에 사상 처음으로 영구 헌장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신료 제도를 다른 방식으로 대체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한편 이번 구조조정은 경영진 교체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됐다. 구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총괄을 지낸 매트 브리튼이 오는 5월 18일 신임 사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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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팀 데이비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관련 발언을 다룬 다큐멘터리 편집 논란 끝에 지난 4월 2일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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