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기신격화·종교정치 본격화
이란전쟁 부족한 정당성을 종교로 채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빗댄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이후 미국 보수 기독교계와 가톨릭계가 동시에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터진 이번 파문은 오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도 적잖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성모독' 논란 부른 예수 복장한 트럼프

트루스소셜 캡쳐

트루스소셜 캡쳐

AD
원본보기 아이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Social)에 AI로 합성한 이미지 한 장을 올렸다. 해당 이미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수 복장을 하고 한 노인의 머리에 손을 얹어 치유의 기적을 행하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파문은 즉각 일었다. 미국 보수 기독교계 단체들이 일제히 신성모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소셜미디어에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게재 12시간 만에 해당 이미지를 삭제했다. 삭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적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단지 내가 의사처럼 나왔다고 생각해서 올렸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미지를 내리게 한 직접적인 계기는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가 현직 대통령에게 SNS 게시물 삭제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자체가 공화당의 당혹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예수가 자신을 끌어안아 주는 새로운 이미지를 게재했고, 이번에도 거세 비판이 쏟아졌다. 2024년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이후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신의 선택을 받은 지도자'라는 서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지층의 정서를 활용해 스스로를 신격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가 반복적인 게시물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출범한 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성전(聖戰)'의 프레임으로 포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전쟁은 협상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전쟁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비판이 컸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란과의 전쟁은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슬람 시아파의 중심지이자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된 이란에 대한 공격을 과거 십자군 원정에 비유하듯 정당화하려는 논리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히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측근들의 발언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달 초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서 종교특별고문 폴라 화이트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며 '배신당하고 고난을 겪은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고문과 함께 백악관 종교위원회를 신설하고, 각종 기독교 목사와 종교 지도자들을 참여시켰다. 이들이 매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안수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령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아부와 종교적 언어에 점점 더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 정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교황 레오 14세와도 정면충돌…가톨릭계 반발 확산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종교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은 기독교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 레오 14세와도 심각한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아메리카 대륙 출신으로 처음 교황 자리에 오른 레오 14세는 미국 가톨릭 사회에서 특별한 위상을 가진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이란전쟁이 신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레오 14세는 이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하나님은 그러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정면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앞두고 '문명 하나가 사라질 것'이라는 도발적 문구를 SNS에 올리자, 교황은 이를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즉각 규탄했다.


비판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공세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니었으면 레오 14세가 교황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급진 좌파에 영합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막말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교황에 대한 사과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과할 것이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이란이 지난 두 달간 4만2000명이 넘는 무고한 비무장 시위대를 살해했으며, 핵무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교황에게 전해달라'고 비꼬듯 말했다.


결국 이란전쟁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황과의 전면전도 불사하는 셈인데, 공화당으로서는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등 공화당의 핵심 표밭으로 꼽히는 지역들은 가톨릭 유권자 비중이 높다.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절대적인 존경을 받는 교황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어, 공화당 내에서는 중간선거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외적 갈등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균열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핵심은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관계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하며 중용해 온 인물들이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미묘한 거리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이번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고, 이란전쟁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틀어지게 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대표단장으로 밴스 부통령을 전격 지명한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의도적인 견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이란과의 협상은 매우 난이도가 높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정적이 될 수 있는 밴스 부통령에게 험난한 협상이라는 짐을 안김으로써 정치적으로 소진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때 후계자로 치켜세웠던 인물을 정치적 견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만큼 트럼프 행정부 내 인적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美 민주당 "수정헌법 25조 적용, 트럼프 직무 정지해야"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놓고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치매설'이 진지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신성모독 이미지 반복 게재, 교황에 대한 막말, 이란전쟁을 둘러싼 비상식적 발언 등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의 저하를 보여주는 징후라는 주장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수정헌법 제25조를 적용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즉각 반박하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이란 전쟁으로 물가 급등이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압박하면서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종교적 파문이 중간선거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 보수층과 가톨릭 유권자를 동시에 자극하는 상황은 공화당이 지금껏 공들여 쌓아온 종교 보수층과의 연대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만약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당내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기가 이제 겨우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레임덕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대외정책과 이란전쟁 수행 전반에 걸쳐 예측 불가능성이 대폭 높아질 수밖에 없다.

AD

한편 미국 온라인에서는 AI로 합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골프장 물 위를 걷듯 이동하며 골프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조롱의 맥락에서 소비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역시 AI를 통한 정치인 이미지 변형이 얼마나 손쉽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종교적 서사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분석과, 이미 종교적 아부에 익숙해진 측근들에게 실질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대외 변수 위에서, 종교를 매개로 한 정치적 갈등이 미국 내부를 더욱 깊게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수렴될지, 전 세계가 미국 정치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성모독 반발 부른 '예수 트럼프' 이미지 논란…정치적 노림수는[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