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제가 살께요" 정부 규제 예고에도 149건만 늘어난 서울 아파트 매물
비거주1주택 매물 출회 잠잠
전세난에 유주택 포기 회의적
고가주택, 집주인 실거주 움직
"집을 팔려는 사람은 없고 들어와 살려는 사람만 있네요"(압구정동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규제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매물 증가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난 여파로 1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가 주택의 경우 벌써부터 집주인이 임차인을 내보내고 실거주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비거주 1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보유를 선택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물량은 7만5650건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1주택자에 대한 '세 낀 매도' 검토를 주문한 열흘간 7만550건에서 단 149건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 1월 23일 이후 열흘간 매물이 5만6219건에서 5만6984건으로 855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매매를 아직 공식 허용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기존 주택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비거주 1주택자들에 한해서만 매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세 낀 매매를 허용하게 되면 매물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남아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어 매도 압박이 강화될 전망이다.
전세난·입주 물량 감소 이중고…고가주택 서둘러 실거주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들을 압박해도 매물 출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내 입주 물량이 내년 들어 올해 대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전세난으로 임차할 주택마저 찾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공동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1만7197가구로 올해(2만7158가구) 대비 36% 감소할 전망이다. 즉 1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해도 새롭게 매수할 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현비거주 1주택자가 집을 내놓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며 "기존 주택을 매도하는 순간 무주택자가 될 텐데 지금과 같이 임대료가 큰 폭으로 뛴 상황에서 주택을 매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성동구 금호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소장 또한 "아직까지 세 낀 매도가 허용되지 않았고 어떤 규제를 시행할지 윤곽이 나오지 않았기에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은 없다"면서도 "1주택자들은 집을 내놓으면 다시 임대차 시장에 내몰리게 되는데 쉽사리 매물을 팔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소유주가 임대차 계약 종료에 맞춰 실거주에 나서려는 움직임까지 관측되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를 규제할 것이라는 보도를 보고 실거주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실제로 기존 집을 임차 주고 해외 또는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던 집주인들이 계약 종료나 임대차 계약 갱신 시기에 맞춰 실입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비거주 1주택자의 물량이 다량으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다주택자와 달리 일정 기한 내 집을 매도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다주택자와 달리 비거주 1주택자는 기한을 두고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이 아니기에 이들 소유 매물이 특정 시점에 대거 풀릴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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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규제의 강도에 따라 시장에 출회될 매물의 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남 연구원은 "비거주 1주택자가 추후 월세로 이동하거나 소유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기에 당장 매매 물량이 많이 풀릴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세제 개편 방향과 규제 강도가 어떤지에 따라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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