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불안 세대'로 불리는 Z세대
스트레스 완화 위한 '불안 가방' 트렌드
"일상에서 자주 '불안 가방' 활용 중"

편집자주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며,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Z금]에서는 전 세계 Z세대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불안 가방'(anxiety bag)이 새로운 자기관리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작은 파우치나 가방에 감정 안정을 돕는 물건을 넣어두고, 불안이나 공황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꺼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정신 상태를 직접 돌보려는 Z세대의 주체적인 관리 방식으로 풀이된다.


신맛 사탕·휴대용 선풍기…틱톡서 유행하는 '불안 가방'

'불안 가방'(anxiety bag) 관련 게시물들. 틱톡

'불안 가방'(anxiety bag) 관련 게시물들. 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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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불안 가방'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불안 가방은 개인의 상태에 맞춰 구성되는 일종의 심리적 구급함이다. 가방 안에는 얼음팩, 휴대용 선풍기, 피젯 토이(손 장난감), 신맛 사탕, 껌 등 주로 감각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담긴다. 이러한 도구들은 불안이 급격히 높아지는 순간 주의를 분산시키고, 현재의 신체 감각에 집중하도록 유도해 증상 완화를 돕는다.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거주하는 22세 파울스 또한 불안 가방을 활용해 공황 발작 증세를 빠르게 가라앉혔던 경험을 공유했다. 퇴근 후 귀가한 그는 갑작스러운 공황 증세를 마주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등 불안이 급격히 고조됐지만, 평소 실천하던 호흡법이나 휴식만으로는 좀처럼 평정심을 되찾기 어려웠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미리 준비해둔 '불안 가방'이었다. 파울스는 몇 주 전 틱톡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치료사와 상담하며 불안 완화 도구를 담은 소형 키트를 제작한 상태였다. 그는 가방에서 약을 꺼내 복용하고 목 뒤에 얼음팩을 대는 한편, 휴대용 선풍기를 켜 열을 식히고 피젯 토이를 쥐며 감각 자극에 집중했다. 다행히 공황 증세는 점차 가라앉았다. 파울스는 "약 10분 만에 진정돼 잠들 수 있었다"며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방법인데, 현재는 일상에서 자주 활용할 만큼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울스의 사례처럼 Z세대가 자신만의 '불안 가방'을 꾸리는 배경에는 이들이 '불안 세대'(Anxious Generation)로 불릴 만큼 높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2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12~26세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자주 또는 항상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문가 "불안 가방, 급박한 상황에선 효과적일 수도"

한 누리꾼이 자신만의 '불안 가방'을 소개하고 있다. 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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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불안 가방이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주의를 환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한다. 행동신경과학자이자 의사인 카이라 보비넷은 "명상이나 호흡법은 효과적이지만, 실제 불안 상황에서는 이를 떠올리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즉각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가까이에 두는 것은 매우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감각 자극을 통해 불안한 사고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임상심리학자 제니 마틴 역시 "얼음팩을 쥐거나 강한 맛을 느끼는 등의 감각 자극은 신경계의 과도한 각성을 끊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도구는 근본적인 불안을 해결하지는 않지만, 급박한 상황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점차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신과 전문의 비네이 사랑가는 "불안 가방은 유용한 보조 수단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도구 없이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상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만큼 중요한 정신력"…국내 Z세대도 감정 관리 노력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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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관리하려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책 'Z세대 트렌드 2026'를 통해 올해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메타센싱(Meta-Sensing)'을 꼽았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관리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기존의 '메타인지'가 자기 생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인지적 사고를 의미한다면, 메타센싱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세밀한 감정 상태까지 파악하는 감각이자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Z세대에게 정신 건강은 육체적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15~64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치관 정기조사 2025'에 따르면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 전체 응답자는 ▲건강(66.7%) 체력(54.2%) 현금성 자산(52.7%) 순으로 답했으며 멘탈·정신력(51.3%)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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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Z세대는 건강(1위, 55.7%)과 멘탈·정신력(2위, 55.0%)의 차이가 0.7%P밖에 되지 않았다. 기성세대가 신체적 건강이나 자산을 멘탈보다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과 달리, Z세대는 마음의 안정을 삶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로 삼고 있는 셈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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