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방사선 한 번에 막는다…머리카락보다 얇은 '만능 차폐막' 개발[과학을읽다]
KIST, CNT·BNNT 결합 신소재…우주·원전·의료 장비 경량화 기대
전자파와 방사선을 동시에 차단하면서도 머리카락보다 얇고 고무처럼 늘어나는 '만능 차폐 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우주·원자력·의료 등 극한 환경에서 필수적인 차폐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극한환경차폐소재연구센터 주용호 박사 연구팀이 전자파와 중성자 방사선을 하나의 소재로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초박막·경량 복합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재는 전기가 잘 통하는 탄소나노튜브(CNT)와 중성자를 흡수하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를 결합한 것이 핵심이다. 두 나노튜브가 서로를 감싸는 '껍질 구조'를 형성하면서, 단 하나의 필름으로 서로 다른 성질의 위험 요소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에서도 전자파의 99.999%를 차단하고, 중성자 방사선도 약 72% 줄이는 성능을 구현했다. 기존에는 전자파와 방사선을 각각 다른 소재로 막아야 했던 만큼, 무게와 구조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적 완성도도 높다. 이 소재는 원래 길이의 2배 이상 늘어나도 차폐 성능이 유지되며, 3D 프린터로 벌집 구조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실제로 벌집 구조로 만들 경우 동일 두께의 평면 소재보다 차폐 성능이 최대 15%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영하 196도 극저온부터 250도 고온까지 견디는 내구성을 확보해, 우주 공간이나 원자로 내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가 질화붕소나노튜브를 감싸는 구조로 전자기파와 중성자를 동시에 차단하며, 극저온(-196℃)부터 고온(250℃)까지 성능이 유지되는 유연 복합 소재의 특성을 나타낸 그림. KIST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이 기술은 단순한 소재 개발을 넘어 산업 전반의 설계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의 소재로 전자파와 방사선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게 되면서, 인공위성·우주정거장·원자력 발전소·암 치료 장비·웨어러블 방호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량화와 설계 단순화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D 프린팅과 결합한 맞춤형 차폐 구조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향후 우주·에너지·의료 산업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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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호 KIST 책임연구원은 "이번 소재는 테이프처럼 얇고 고무처럼 유연하면서도 전자파와 방사선을 동시에 차단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차폐 기술"이라며 "우주시대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서 향후 성능 고도화와 산업 현장 적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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