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이후 제대로 먹지 못 해 지친 상태
위장에서 낚싯바늘 발견돼 긴급 수술
늑대 '늑구' 무사 귀환에 시민들 '울컥'

철조망 아래를 파고 세상 밖으로 나갔던 수컷 늑대 '늑구'가 약 열흘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늑구에게 이번 열흘은 짧지만 치열했던 '야생 체험기'였다.


17일 대전시와 수색 당국은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구를 이날 오전 0시 44분, 대전 중구 안영동 안영 나들목(IC) 인근에서 포획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탈출 이후 10일 만이다.

7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에서 수의사 등 오월드 관계자들이 마취총을 맞은 늑대, 늑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에서 수의사 등 오월드 관계자들이 마취총을 맞은 늑대, 늑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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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구의 여정은 조용히 시작됐다. 사파리 철조망 아래를 파고 빠져나온 뒤, 인근 야산과 도심 경계 지역을 오가며 흔적만 남겼다. 여러 차례 목격 제보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포획에는 실패했다. 때로는 오소리로 오인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결정적 순간은 탈출 지점에서 약 2㎞ 떨어진 곳에서 찾아왔다. 수색 당국은 열화상 카메라로 위치를 확인한 뒤 수의사 입회하에 마취총을 발사했고, 약 30분 만에 늑구를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늑구' 귀환에 시민들 환영…기념 굿즈도 제안

짧은 자유의 대가는 적지 않았다. 늑구는 발견 당시 눈에 띄게 야윈 상태였고, 먹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지쳐 있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는 위장 안에서 길이 2.6㎝의 생선 가시와 낚싯바늘과 나뭇잎 등이 발견됐다. 야생에서 먹이를 찾다 낚시로 잡힌 물고기를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늑구는 동물병원에서 이물질 제거 시술을 했고, 호흡과 맥박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늑구는 발견 당시 눈에 띄게 야윈 상태였고, 먹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지쳐 있었다. 대전시 인스타그램

늑구는 발견 당시 눈에 띄게 야윈 상태였고, 먹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지쳐 있었다. 대전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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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구의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안도의 반응을 보였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걸 몸소 보여줬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대전 관광공사에 늑구 굿즈와 오월드 마스코트 늑구 캐릭터, 늑구월드, '늑구의 모험' 동화책, 늑구 발바닥 빵, 한정판 '귀환 기념 티셔츠' 등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늑구의 해방일지'가 국민적 관심을 끈 이유는

앞서 오월드 탈출 이후 늑구의 이동 경로와 목격 정보를 공유하는 '늑구맵'이 등장하기도 했다. 과거 동물원 영상에도 무사 귀환을 바라는 댓글이 이어지며 관심이 확산했다. 이 가운데, 늑구에게는 '국민 늑대'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늑구는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은 캐릭터 굿즈 제작이나 동화·웹툰화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2차 창작 움직임도 나타났다.

대전시는 17일 새벽 2시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늑구 스케치 합성물과 함께 '늑구야 어서와'라고 쓰인 게시물을 올린 뒤 구조된 직후 늑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다.  대전시 인스타그램

대전시는 17일 새벽 2시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늑구 스케치 합성물과 함께 '늑구야 어서와'라고 쓰인 게시물을 올린 뒤 구조된 직후 늑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다. 대전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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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처럼 늑구가 큰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늑구의 인기 배경에는 단순한 탈출 사건을 넘어선 '서사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미연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철조망을 뚫고 탈출한 사건, 도심과 야산을 넘나든 생존기, 그리고 다시 구조되는 결말까지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갖추며 대중의 감정 이입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늑구의 소식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를 보듯 위치 정보와 상황을 공유하고, 일종의 참여형 콘텐츠처럼 소비된 점도 특징"이라며 "늑구라는 존재가 의인화되면서 이야기의 재생산과 확산이 동시에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물 관리와 시민 안전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월드는 시설 점검과 정비를 거친 뒤 재개장할 예정이지만, 당분간 운영은 제한될 전망이다. 다만 오월드 측은 늑구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해 늑구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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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늑구가 지내던 공간이 한정된 동물사가 아닌 3만3000㎡ 면적의 넓은 방사형 사파리여서, 활보하고 있는 20여 마리 가운데 늑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늑구에 이름표 등 일정 표식을 해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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