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없이 소통 어려운 피해자…수천만원 빼돌려

40년에 걸쳐 함께해온 청각장애인 노동자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그의 명의로 대출과 보험에 가입한 뒤 수천만원을 빼돌린 60대 공장주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김회근 판사는 사기·준사기·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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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서울 성북구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약 40년간 함께 일한 청각장애인 B씨의 명의로 대출과 보험에 가입하고 이 대출금과 보험금 등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19세 때부터 40년 동안 해당 공장에서 숙식하며 새벽 3~4시까지 하루 12시간 넘게 의류 세탁과 다림질, 배달 등 단순 업무를 반복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B씨는 어린 시절 중이염 후유증으로 청각장애를 얻어 보청기 없이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으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금융거래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물건을 사는 것 외에는 음식 주문이나 문자 메시지 발신, 장보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도 어려운 상태였다.

A씨는 이러한 사정을 이용해 먼저 카드사와 보험사를 속여 B씨인 것처럼 행세하며 45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어 대출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B씨를 보험사에 데려가 신청서를 작성하게 해 3000만원을 추가로 빌리게 하는 등 총 7500만원을 피해자 명의로 끌어와 사용했다.


A씨는 또 B씨로부터 통장과 카드를 넘겨받아 급여 등을 대신 관리하던 중 보험계약 대출금과 보험금 등 B씨 소유 자산 약 2530만원을 가로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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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판사는 "피해자가 대출의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이 패션 공장을 운영하면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피해자를 이용해 여러 차례 대출금을 편취하거나 횡령한 것으로, 범행 수법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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