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복지부 '부처 칸막이'에
막힌 통합돌봄, 지자체가 나서야
공공임대주택은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주거복지 수단이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만 충분히 공급한다고 주거복지가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임대주택단지 가운데 고령자나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입주자 비율이 60%를 웃도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입주민 지원서비스를 누가 어떤 비용으로 책임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올해 3월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돌봄 지원을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보건의료와 복지, 요양, 주거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려면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한 주택이 먼저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이 법률에서 주거 관련 조항은 주거환경 개선 수준에 머무를 뿐 적합한 주택을 누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담고 있지 않다.
주택과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맞춤형으로 제공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역통합돌봄과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한 '케어안심주택' 브랜드를 개발했다. 4만호 공급이라는 목표도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책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주택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결합하려는 노력 역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토교통부가 고령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사회복지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을 '고령자복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참여와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민간부문에서도 돌봄서비스를 결합한 주택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왔으나 두 부문의 유기적 결합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복지주택은 주택이 아니라 시설로 분류되면서 분양과 운영 과정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켜 분양형 모델이 중단되고 말았다. 고령자돌봄주택에 관한 특별법안,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 역시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주택과 사회서비스는 지역을 기반으로 통합적으로 제공돼 '입주민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한다(Aging in Place)'는 원칙은 이제 국제적 상식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토교통성과 후생노동성이 공동으로 고령자주거안정확보법을 운영하며,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을 통해 민간을 포함한 통합 공급 체계를 갖췄다. 영국에서는 케어법이, 덴마크에서는 사회서비스법이 주거와 돌봄을 하나의 정책 체계 안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지역돌봄 통합지원체계는 두 영역의 통합을 완성하지 못했을까? 문제의 핵심은 주택과 돌봄이 서로 다른 제도와 재원 체계 아래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주택은 국토교통부, 돌봄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부처 간 칸막이를 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한계다.
결국 해법의 중심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의 자원을 주도적으로 결합해 지역 단위에서 통합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계획 수립 권한, 재정의 포괄적 지원, 전담 조직의 설치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돌봄과 주거의 진정한 통합은 중앙부처의 칸막이를 허물고 지역 중심의 거버넌스를 재구성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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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전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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