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하다가 아이들이 충격받았어요" 교사들 시달리는 '민원' 해법은
천하람 대정부질문서 무너진 교권 문제 지적
상당수 초등학교 점심시간, 방과 후 운동 금지
'국회 대정부질문'은 국회의원 한 명이 국무총리부터 소관부처 장관 등에게 마음껏 질문을 할 수 있는 자리다. 물론 상임위원회에서도 현안질의를 할 수 있지만, 질의 대상도 주제도 한정적이다. 반면 대정부질문은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과 동료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2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질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정부의 잘잘못을 묻고, 정책의 방향을 뒤집을 수 있는 시간이다.
다만, 그동안 정치권에서 대정부질문은 주목받지 못하는 이벤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현안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로 쓰이거나, 총리나 장차관 등과의 입씨름, 지역의 민원을 정부에 건의하는 창구 등으로 활용되는 일들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 나선 그는 단 하나의 주제를 두고서 김민석 총리 등 관계 장관과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주제는 학교 운동장이었다. 그의 진짜 목표는 아이들이 사라진 학교 운동장을 화두로, 교사들을 시달리게 만드는 민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었다.
대정부질문 초반 천 원내대표는 충격적인 지표를 제시했다.
"부산의 경우 전체 초등학교의 3분의 1, 105개에 달하는 초등학교가 운동장에서 축구 등 스포츠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사라진 아이들. 원인은 민원 때문이었다.
민원의 종류는 다양했다. "시끄럽다", "애들 다친다", "형들 때문에 우리 애 공 못 찬다" 등. 흔들리는 교권은 각종 민원 앞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했다.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조차도 우려할 정도로 교사들의 두려움은 심각했다. 의원실 차원에서 관련 조사가 추진되자 또 다른 민원 쇄도 가능성을 우려한 탓이다.
운동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 원내대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운동회 하는 날 소음 민원 때문에 학교에 순찰차가 출동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2018년에 운동회 소음 민원이 77건이었는데 계속 늘어나 350건으로 늘었다"며 "초등학교 선생님들 얘기를 들어보니 운동회 하는데 학교에 순찰차가 와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민원은 정말 참아야 하고 (경찰이) 꼭 출동하더라도 운동회 끝나고 해야 한다. 과도한 민원에 대해 '과하지 않냐'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도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축구를 초등학교에서 못하게 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며 "사고나 위험, 민원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식의 학교가 생기는데 장관이 과감하게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질문의 핵심은 장관의 지침을 내리라는 것이 아니었다. 대정부질문을 통해 지적한 문제는 바로 교사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민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천 원내대표는 "민원 대응과 관련해 선생님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은 교장이나 행정실에서 민원 대응팀이라고 받아 다시 담임 선생님에게 토스를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업무상 과정에서 나오는 것은 '교사 소송 국가 책임 제도' 등을 통해 변호사를 교육청에 붙여 경찰 조사 같은 것은 교육청이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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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 장관도 대정부질의 답변 자리를 빌려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 많은 학교는 학생들이나 선생들뿐 아니라 학부모가 중심이 돼 마을 축제로 운동회를 치르는 곳이 많다"며 "그렇지 않은 곳도 그런 곳의 사례를 존중해 1년에 한 번 아이들의 축제를 기특하게 바라보고 격려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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