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포기했습니다"…'하루 5000원' 버티는 식사로 내몰린 청년들
'맛'보다 '가격' 청년층 소비 기준 변화
선택 아닌 계산, 확산되는 '생존형 식사'
거지맵·공동구매·구독 나눔까지 일상화
대학생·직장인 모두 식비 줄이기 총력전
한 끼 외식할 때도 마치 '서바이벌(Survival)' 게임을 하듯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청년과 직장인들의 식사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으로 한 끼 1만원 이상으로 높아지자 이들은 더는 기호나 맛이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식사를 선택하는 이른바 '생존형 식사'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식 서비스 물가지수는 약 24.7% 상승했다. 서울 기준 냉면과 비빔밥 가격은 이미 1만원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여기에 김밥 등 간편식 가격 역시 크게 오르며 식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진 상황이다.
"하루 식비 5000원대로 버틴다" 대학가 풍경 변화
대학생들의 체감 물가는 가파르다. 자취 비율이 높고 외식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식비 상승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서는 '1000원의 아침밥' 이용이 늘고, 학생 식당에는 긴 줄이 일상화됐다. 일부 학생들은 하루 식비를 5000~6000원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닭가슴살, 고구마, 프로틴 음료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 '1+1' 행사 상품을 나눠 구매하거나, OTT·AI 서비스 구독료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등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외식 횟수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술자리와 배달 음식 소비를 줄이고, 집밥이나 저가 식당을 찾는 방식으로 소비를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거지맵'과 공동구매…식비 절약 정보 공유 활발
대학생들 뿐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생존형 소비'가 나타난다. 점심시간 메뉴 선택 기준이 '맛'에서 '가격'으로 이동하면서, 최근 유행하는 지도 앱에서 '1만원 이하' 필터를 먼저 적용하는 소비 행태가 일반화됐다. 이 가운데 편의점 간편식과 마트 할인 도시락 수요도 증가했다. 특히 출근 시간대 간편식 매출이 크게 늘면서, 식당 대신 편의점을 찾는 직장인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절약을 넘어 '서바이벌 다이닝(생존형 식사)'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맵의 모태가 된 익명채팅방 '거지방'에선 무료 전시 정보나 편의점 '1+1' 행사, 재료 공동구매, 할인 쿠폰 활용법, 유통기한 임박 상품 구매법 등 지출을 줄이는 노하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원본보기 아이콘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정보 공유 문화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거지맵'과 '거지방'이다. 이는 1만원 이하 식당 정보를 모아둔 지도 서비스로, 대학가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지도에는 2000원대부터 1만원 이하 식당까지 가격 기준으로 정리된 식당 정보가 담겨 있으며, 이용자 후기까지 더해져 일종의 '생존 지도' 역할을 한다. 이와 더불어 거지맵의 모태가 된 익명채팅방 '거지방'에선 무료 전시 정보나 편의점 '1+1' 행사, 재료 공동구매, 할인 쿠폰 활용법, 유통기한 임박 상품 구매법 등 지출을 줄이는 노하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맛보다 버티기" 소비의 기준이 바뀌었다
실제로 가계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가장 먼저 줄이는 지출은 외식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 결과, 19세 이상 가구주의 67.2%는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일 항목으로 '외식비'를 꼽았다. '의류비(43.1%)' '식료품비(40.4%)' '문화ㆍ여가비(39.6%)' '주류ㆍ담배(17.7%)'를 줄이겠단 응답을 훨씬 웃돌았다.
식비 부담이 일상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엥겔계수(전체 소비에서 식비 비중) 역시 30%를 넘어서며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외식물가 지수 상승률은 2021년 2.8%(이하 전년 대비 기준), 2022년 7.6%, 2023년 6.0%, 2024년 3.0%, 2025년 3.0% 등을 기록하며 매년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외식물가 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9%(122.89→126.45)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0.9%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식비 부담이 일상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엥겔계수(전체 소비에서 식비 비중) 역시 30%를 넘어서며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식료품비와 외식비 부담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소비 절약을 넘어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고물가 파고가 자립 기반이 약한 청년들의 끼니 문제부터 타격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약세와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생활고가 가중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천원의 아침밥'과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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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의 식사는 '무엇을 먹을까'가 아닌 '얼마로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이러한 소비 패턴은 더욱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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