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직격탄 맞은 제약업계, R&D 강화 총력
정부 복제약 약가제도 개편 대응
수장 교체 등 조직 개편 '속도'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 합병
유유제약·메디톡스·동화약품 등
외부 전문가 영입 인사 쇄신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수장을 잇따라 교체하고, 분사했던 R&D 자회사를 다시 합치는 등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복제약 약가를 대폭 낮추는 대신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 약가 우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약가 제도를 개편하자 '혁신형 기업' 지위 확보를 위해 R&D 역량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인사 교체를 넘어 경영 전략의 축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신약 R&D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합병 기일은 오는 6월 16일이며,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분사 3년도 되지 않아 다시 합치는 결단이다. 앞서 지난 1일에는 글로벌 빅파마 출신으로 동아에스티에 몸담았던 박재홍 본부장(사장급)을 영입해 R&D를 진두지휘토록 했다. 그는 얀센과 다케다제약, 베링거인겔하임 등에서 임상과 상용화를 이끈 경력이 있다.
일동제약은 2023년 11월 R&D 부문을 물적분할해 유노비아를 설립했다. 3년 연속 적자의 원인이었던 R&D 비용을 떼어내기 위한 조치였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2023년 407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이듬해 49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R&D 부문을 분리한 탓에 매출 대비 R&D 비중은 2023년 16.3%에서 2024년 1.54%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6.54%에 그쳤다.
분사 3년 만의 재합병 결단은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에 대한 사전 대응으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약가 제도 개편안을 통해 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R&D 비중이 높은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기등재 약에 49% 특례 약가를, 신규 복제약에는 60% 수준의 우대를 최대 4년간 부여한다. 혁신형 인증 요건인 '의약품 매출액 대비 R&D 비율' 기준도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5%에서 7%로 상향됐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R&D 비중(6.54%)은 현행 기준(5%)은 넘지만 향후 적용될 7%에는 미달한다. 전문의약품이 전체 매출의 약 55%를 차지하는 일동제약 입장에서 혁신형 지위 상실은 매출·이익 구조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자회사 R&D 투자가 모회사 평가에 어떻게 반영될지 불확실한 만큼, R&D 실적을 본사 기준으로 재편입해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런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박재홍 본부장이 일동제약으로 이동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네오이뮨텍 대표 출신 오윤석 부사장을 최고과학책임자(CSO)로 선임했다. 면역질환·대사질환·항암 분야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 개발과 기술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감염병 분야 연구사업관리 전문가인 마상호 부사장을 바이오연구본부 연구지원실장으로 영입하고, 연구기획팀·바이오규제관리팀·비임상지원팀·임상검체분석팀 등을 편제해 연구 관리 프로세스를 새로 구축했다.
유유제약은 차세대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개발기획·사업개발(BD) 경력의 류현기 상무를 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메디톡스는 한국얀센 글로벌 임상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이태상 상무를 데려왔다. 동화약품도 유유제약 개발·영업본부장과 중앙연구소장을 역임한 장재원 전무를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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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약가 제도 개편으로 R&D 투자 실적이 약가와 직결되는 만큼, 제약사들은 외부 전문가 영입을 넘어 파이프라인 재편과 조직 구조 변경까지 연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R&D 인사 쇄신이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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