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환율 변동의 주요 요인, 상품충격서 금융충격으로
원화, 같은 달러 수요 충격에도 여타 통화比 크게 절하
수급 불균형 완화 정책+외환시장 심도 확대 동시에 꾀해야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은 뛴다?…과거 공식 깨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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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과거 공식이 깨졌다. 기업이 수출 확대로 달러를 많이 벌어들여 원화 가치를 높이는(환율이 하락하는) '상품충격'보다,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 등 민간의 해외자산 축적이 늘며 달러 수요가 커지고 환율이 오르는 '금융충격'의 영향이 환율 변동에 더 크게 작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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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해외자산, 민간 투자 중심 전환…금융충격 영향↑

한국은행이 17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김지현·김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4년 이전엔 경상수지 흑자가 대체로 환율 하락과 함께 나타났다. 국내기업이 수출을 늘려 경쟁력을 키우면서, 해외로부터 벌어들인 달러가 늘어 환율이 하락하는 구조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환율 상승(원화 절하)을 동반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특히 2023년 2분기 이후엔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이 상승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현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전환에 따른 결과"라고 짚었다. 민간부문의 해외자산 비중 확대로 거주자 중심의 자본유출이 대외부문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단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해외자산 축적은 공공부문 준비자산 중심에서 민간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특히 대외자산의 미국 자산 집중 현상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는 전체 대외 증권투자 중 63.4%, 전체 대외 주식투자 중 67.7%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고령화 등에 따른 저축 증가와 국내 투자 둔화 흐름과 맞물려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금융충격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가 1%포인트 확대되면 원·달러 실질환율은 0.65%포인트 상승했다. 이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도 달러가 빠져나가며 환율이 오른다는 것이다. 전체 분석 기간(2000~2025년) 금융충격이 발생한 비율은 55.6%로, 상품충격 발생 비율(44.4%)보다 높았다. 특히 2015년 이후엔 자본유출에 의한 원화 절하 충격 빈도가 21.4%에서 34.9%로 뛰었다. 반면 자본유입에 따른 원화 강세 충격은 35.7%에서 18.6%로 크게 줄었다. 김 과장은 "2014년까지 환율 하락을 주도했던 상품충격의 영향은 최근 들어 약화했지만, 달러 자산 수요 증가와 고령화, 국내 투자 부진 등에 따른 저축수요 확대가 실질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韓, 자본유출 따른 통화 절하 폭↑…수급 불균형 완화+시장 심도 제고 필요

같은 달러 수요 충격에도 우리나라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더 크게 절하되는 특징도 확인됐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의 자본 유출 시 원화의 환율 반응 계수(회귀계수)는 0.65로, 신흥국 평균(0.71)보다는 낮지만, 미국(0.07)과 스위스(0.11), 일본(0.3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다"며 "이는 원화가 동일한 크기의 금융충격에 더 크게 흔들린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거주자의 해외자산 수요가 단기간에 쏠리거나, 대외여건 등에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경우, 외환시장 민감도가 더 높아지고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구조적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무역구조 변화, 주요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 국내 주식시장의 장기 부진 등 단기적 요인이 가중되면서 해외자산 수요가 급격하게 확대됐다"며 "해외자산 수요가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되는 경우, 외환시장의 민감도는 높아지고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자산에 대한 높은 집중도에 반영된 '달러 강세에 대한 일방향적 기대'는 이를 추가로 증폭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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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과 함께, 외환시장의 거래량 및 규모 증가 등 '심도 제고'를 위한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과장은 "외환 당국이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통한 자본유입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는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해 단기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충하고, 외환시장의 민감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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