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치매머니' 방어선 구축 나선 신한…박현주 부행장 "사전 예방이 핵심"
박현주 소비자보호그룹장 인터뷰
올 초부터 '치매고객 금융보호 TF' 진두지휘
상품 출시부터 치매고객 대응·범죄 예방까지
2023년부터 신한 전 계열사 소비자보호 총괄
벤치마킹 문화 확산…공동 '보이스피싱' 대응도
금융권 최장수 CCO…"소비자보호, 경쟁의 대상 아냐"
박현주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CCO)은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장수 부행장이다. 지난해 말 연임을 확정하며 금융권 최장수 CCO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23년부터는 신한금융지주 내 신설된 소비자보호부문장을 겸직하며 그룹 전체에 소비자보호 DNA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객 민원 관리부터 완전판매 체계 구축, 금융범죄 예방 등 소비자보호 업무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그가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치매머니(치매 환자의 자산)' 보호다.
"치매머니는 새로운 소비자보호 이슈 …금융범죄 사전에 막아야"
"최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겪으면서 치매머니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거래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취약성이 커지고, 이를 노린 금융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죠. 치매머니를 새로운 소비자보호 이슈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부행장은 지난 1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치매머니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치매고객 금융보호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박 부행장에게 지휘권을 맡겼다. 그는 소비자보호부, 고객플랫폼부, 시니어자산관리부 등 7개 부서를 총괄하며 치매고객을 위한 견고한 금융 방어선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F 출범 이후 박 부행장이 가장 먼저 손질한 것은 대면 창구의 기능 강화다. 박 부행장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지점마다 '마음맞춤 창구'를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치매 징후가 보이는 고객을 집중 관리하도록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며 "앞으로 '치매고객 응대 가이드라인'을 신설해 현장 대응의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상품 라인업도 정비했다. '치매안심신탁'과 신한라이프의 '치매진단 전용 보험'이 대표적이다. 특히 보험 상품은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박 부행장은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니 고객들은 진단비보다는 실질적인 '치료'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며 "보장 체계를 치료 중심으로 확대해 재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치매머니 보호의 핵심은 금융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에 있다. 박 부행장은 "보이스피싱은 순식간에 자금이 이체되어 빠져나가기 때문에 사후 구제가 매우 어렵다"며 "사전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거래 이상징후 시스템을 치매 노인 등 고령층에 특화해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부행장은 "현재 신한은행 ATM기 내 이상행동 탐지 시스템을 통해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 시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며 "65세 이상 고령층의 행동 패턴 시나리오를 더욱 정교하게 탑재해, 이르면 6월에서 늦어도 연내에는 고도화된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행장은 "치매는 단순한 고령층의 이슈가 아니라, 고객 상태 변화에 따라 금융관리 방식이 달라지는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건강 상태에 따라 신탁관리로 전환되는 자산관리 구조도 함께 구축해 치매고객과 그들 가족의 사람까지 함께 지키는 보호기반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계열사 벽 허물고 소비자보호 문화 내재화…"혼자 한 건 없어, 다 같이 했기에 가능"
박 부행장은 2023년 지주 소비자보호부문장을 겸직한 이후, 그룹 차원의 통합 체계를 구축한 것을 가장 유의미한 성과로 꼽았다. 그는 "3년 전(2023년) 소비자보호 업무가 지주 내 공식 부문으로 승격되면서 전사적인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며 "계열사 간 역량 격차를 해소하고 소비자보호를 하나의 문화로 내재화한 것이 가장 핵심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주 내 컨트롤타워가 세워지며 은행의 강력한 소비자보호 제도가 증권·보험 등 계열사로 빠르게 확산됐다. 자체 모니터링 평가에서 저점을 받은 직원의 상품 판매를 일시 제한하는 제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이 선도해온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설명 의무 준수 프로세스가 전 계열사로 이식되면서, 그룹 전체의 소비자보호 역량도 상향 평준화됐다는 평가다. 박 부행장은 "지주 차원의 소비자보호 부문이 없었다면 이처럼 전사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탐지망을 극대화하고자 그룹사 간 이상거래 정보공유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아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박 부행장은 "카드론을 받아 피싱 조직에 돈을 이체하는 경우,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차단되어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카드사에서 의심스러운 패턴이 포착되는 즉시 은행 이상거래탐지시스템과 연계해 선제적으로 거래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증권과 보험까지 정보 공유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AI 다음은 이것" 젠슨 황도 콕 찍었다…올해부터 ...
인터뷰를 마치며 박 부행장은 소비자보호가 '경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소신을 전했다. 금융사 간 시장 점유율 경쟁은 치열할지라도, 소비자보호만큼은 서로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는 "소비자보호는 어느 한 기관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함께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업권이 우수한 노하우를 공개하고 좋은 사례를 적용해 나갈 때, 비로소 금융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