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물가 불안 확대…한국 경제, 복합 위기 진입
생산적 금융, 실효성 확보가 관건
부동산, 강남은 조정·외곽은 강보합…세제 정상화 필요

"한국 경제는 현재 성장은 둔화하는 반면 물가와 환율 불안은 커지는, 전형적인 공급충격형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신동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전무)은 1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 경제가 기초체력은 유지하고 있으나 외부 충격에는 매우 취약한 '저성장·고변동'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상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성장, 물가, 금융시장 전반의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비교적 견조하고 소비도 연초까지는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3월 이후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성장의 하방 압력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신동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전무)

정신동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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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유가 이중 압박…한국 경제, 저성장·고변동 국면 진입

그는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고환율'과 '고유가'를 꼽았다. 중동 전쟁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00원대를 넘나들었고, 3월 소비자물가는 원유 가격 상승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2.2%를 기록하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수출 회복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완충할 수 있지만, 중동 리스크와 미국의 통상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기업 심리와 투자, 실질 소득이 동시에 약화하면서 성장 둔화 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 소장은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복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 흐름이 예상보다 더 깊고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6개월을 우리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골든타임'으로 꼽으며, "수출 한 축에 의존해 버티는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와 투자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는지, 그리고 환율과 에너지 충격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과거와 같은 '오일쇼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소장은 "한국은 과거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개선됐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공급선 다변화도 일정 부분 이뤄진 만큼 과거와 같은 충격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책적으로는 물가 충격이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취약계층과 에너지 민감 업종에 대한 선별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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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확대하려면…RWA 완화·리스크 분산 필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에 대해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필수적인 처방이며, 금융의 본질적 중개 기능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취지가 타당하더라도 보수적인 투자 관행과 높은 규제가 유지된다면 실적 채우기식 공급이나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 대상과 리스크를 정교하게 평가·관리할 수 있는 금융권의 전문 역량 강화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자산(RWA) 완화 등 제도적 지원 ▲세컨더리 마켓 구축 및 펀드 활성화, 세제 혜택 등을 통한 민간 참여 확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공동 부담 및 보증 확대 등 '손실 흡수 안전망' 강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활동한 바 있는 정 소장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기업 여신의 위험가중치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신용등급이 없거나 낮고 실물 담보가 부족한 중소·혁신기업 대출에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적극적인 대출 확대가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성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면 원금 손실 등 일정 수준의 리스크 감수가 불가피한 만큼, 건전성과 투자 확대가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제도적 보완 방안으로 위험이 큰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은행 단독보다는 정책금융이나 보증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금융지주 내 벤처캐피탈(VC)·사모투자(PE) 등 자본 투자 성향 계열사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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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일관성 있는 '공급' 정책 필요…강남3구 포함 일부 지역 집값 조정 가능성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공급 정책의 일관된 추진이 중요하며, 단기적으로는 세제 정상화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다만 단순한 가격 안정 목적이 아닌 '세제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 대비 낮은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높이되,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도록 양도세를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고가 주택 기준과 세제 구조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집값에 대해서는 강남 3구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B부동산이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이달 132.4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73% 하락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가 하락한 것은 2024년 2월(-0.0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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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은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규제 타깃이 되는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은 조정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가격 격차 해소와 대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강보합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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