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휩쓴 '밈' 직장인들 열광하더니…'반전 효과' 내는 '눈물'[실험노트]
美 펜실베이니아대 연구 결과
갈등 상황서 감정 표현 방식에 따른 평판 분석
"침착함은 자기 이미지 보호
눈물은 상대 평가 악화 경향"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화가 나거나 억울한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기분을 관리해야 현명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책 제목은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고 있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기분이 태', '퉤' 등 4단계 변화를 담은 문구로 감정을 숨기기 어렵다는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울음, 내 평판에도 영향 주지만 상대에게는 더 큰 악영향
하지만 감정을 꾹꾹 담아 누르는 게 언제나 좋은 결과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진화와 인간 행동'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익숙한 이 상식을 다른 각도로 들여다봤습니다.
기존 연구는 주로 감정을 표현한 사람의 평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면 감정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주목이 부족했습니다.
연구팀은 갈등 속에서 감정을 억제하는 침착한 태도와 울거나 소리치는 행동이 각각 어떤 사회적 결과를 낳는지 비교했습니다. 연구는 미국 성인 3000여명을 대상으로 동료, 팀원, 룸메이트, 동성 친구, 연인, 이웃 등 6가지 이상의 대인 갈등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반응을 평가했습니다.
연구 결과, 감정을 억제하고 침착하게 대응한 인물은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차분하고 성숙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됐습니다. 반면 분노를 드러내며 소리를 지른 경우에는 평판이 가장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갈등 상황에서 눈물을 보일 경우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울음을 터뜨린 당사자는 자신의 평판에서도 손해를 봤지만, 이를 지켜본 제3자들은 갈등 상대방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침착함은 자신의 이미지를 보호하는 데 유리했지만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눈물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상대에게 더 큰 평판 상의 부담을 주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감정 표현이 단순한 개인의 반응을 넘어 상대의 평가와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드러난 셈입니다.
"울면 상대 흔들지만 나도 손해…침착함은 평판 지키지만 '복수'엔 부족"
연구팀은 "침착한 태도와 눈물이 상반된 '트레이드오프'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눈물은 대인 갈등에서 상대방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침착한 태도는 자신의 평판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상대방을 약화시키는 데에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잘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격언은 이러한 맥락에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라며 "갈등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태도는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높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몇 가지 한계도 짚었습니다. 초기 실험이 가상의 상황을 바탕으로 진행돼 실제 갈등보다 감정 강도가 낮았을 가능성이 있고, 모든 참가자가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향후에는 보다 현실적인 환경에서 감정 표현의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말도 행동도 할 수 없는 신생아는 오로지 울음으로 자신의 고통과 욕구를 표현합니다. 울음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꺼내는 본능적 수단인 셈입니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는 감정을 통제하는 게 유능한 태도라고 배우게 되고, 나이를 먹을수록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일이 익숙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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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갈등 속 눈물이 상대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패라면, 때로는 숨기지 못한 눈물이 상대의 책임을 묻는 압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울음으로 상황을 회피하는 식이라면 갈등 당사자들의 평판이 모두 훼손되는 꼴이니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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