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최고 권위 코크란 리뷰…뇌부종·출혈 부작용 위험도 재확인
알츠하이머병 초기 치료의 '희망'으로 불렸던 치매 신약이 실제 환자와 가족이 느낄 만큼의 뚜렷한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다는 대규모 검증 결과가 나왔다. 뇌 속 원인 물질로 지목된 아밀로이드 베타는 줄였지만, 기억력 저하 속도를 눈에 띄게 늦추지는 못했고 오히려 뇌가 붓거나 작은 출혈이 생기는 부작용 위험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IRCCS와 스위스·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2만342명이 참여한 17건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코크란 리뷰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 결과는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오브 시스템 리뷰(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에 16일 게재됐다. 코크란 리뷰는 여러 임상시험 결과를 한데 모아 다시 검증하는 의료계 최고 권위의 종합 분석으로 평가된다.
분석 결과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는 치매 신약은 검사 수치상으로는 아주 작은 차이를 보였지만, 환자나 가족이 일상에서 "조금 덜 나빠졌다"고 느낄 만큼의 변화는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약물 투여군에서 뇌가 붓거나 작은 출혈이 생기는 부작용(ARIA)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당수는 MRI 같은 뇌 영상 검사에서만 확인됐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남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사 수치는 좋아져도, 환자는 체감 못했다"
이번 결과는 최근 승인된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치매 신약이 "뇌 속 찌꺼기 단백질은 줄이지만 정말 환자의 기억과 일상을 지켜주느냐"는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전망이다.
영국 런던대(UCL) 로버트 하워드 노인의학정신과 교수는 이번 결과를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치매 신약 기대에 대한 교정"으로 해석했다. 그는 "대규모 임상에서는 아주 작은 차이도 숫자로는 잡히지만, 그것이 환자와 가족이 실제로 느끼는 변화와는 다를 수 있다"며 "이번 리뷰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달됐던 기대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워드 교수는 "더 오래 투여하면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에도 선을 그었다. 3년 장기 추적에서도 조기 투여군과 지연 투여군 차이가 뚜렷하지 않아 병의 진행 자체를 바꾸는 근본 치료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도 방향 전환…"염증·개인맞춤 치료로 가야"
국내 전문가도 이번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당시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장은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에 "레카네맙이 처음 승인될 때부터 효과가 다소 과장돼 전달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논문은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통해 그 한계를 다시 확인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 단장은 특히 부작용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뇌가 붓는 ARIA는 단순 영상 소견이 아니라 최근 알츠하이머 원인으로 주목받는 신경염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라며 "아밀로이드만 없애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염증과 신경세포 손상까지 함께 겨냥하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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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치매 치료제 개발 방향이 아밀로이드 하나만 겨냥하는 방식에서, 여러 원인을 함께 보는 개인맞춤 치료로 넓어져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도 혈액 바이오마커와 신경염증, 유전자 기반 환자 맞춤 치료 연구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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