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속 고공행진 성과급
영업익 15% 요구, 최대 45조원
SK하이닉스 '킹산직' 열풍까지
"박탈감 든다"…공정 배분 필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보상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노동시장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 수준 성과급을 요구한 사실이 조명되며, 반도체 호황기 보상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7일 회사가 1분기 잠정실적(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발표한 직후 40조5000억원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할 때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증권가에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대까지 전망되는 가운데 노조 요구대로면 성과급만 최대 45조원에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 45조 달라" 요구에 삼성전자 발칵…"왜 너희만"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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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45조 달라" 요구에 삼성전자 발칵…"왜 너희만" 부글부글 원본보기 아이콘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400만명의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약 11조1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37조7000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요구 규모를 오히려 낮췄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삼성전자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는 처음에 영업이익 20% 기준으로 교섭을 진행했다"며 "교섭을 진행하면서 조정까지 가다 보니까 15%로 조정을 좀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액수도 더욱 커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5조원 규모의 성과급은 지난해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 영업이익의 약 24%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 영업손익 변동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매출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89조원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40조원대 규모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인수가 가능한 수준의 금액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당시 쓴 9조원과 비교해도 4배가 넘는다.

이 같은 논란 속에 노조를 비판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남성 박모씨는 전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때로는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노조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연합뉴스.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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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반도체 '투톱' 대기업 간 성과급 경쟁이 촉발되며 보상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는 동시에, 그 부담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복지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에 도화선이 된 것도 지난해 성과급 산정 방식을 개정한 SK하이닉스의 사례였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조는 성과급 산정 방식을 영업이익과 연동된 고정 비율로 변경하도록 사측을 압박했고, 그 결과 직원들은 기본급 대비 최대 6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했다. 이후 SK하이닉스 생산직은 '킹산직(킹+생산직)'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며 높은 보상 수준이 주목받았고, 동종업계인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 역시 한층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직장인 오모씨(29)는 "전쟁으로 인해 실물 및 내수 경기는 안 좋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든다"며 "다른 업종은 AI로 인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데, 미래 투자 재원을 너무 고려하지 않고 분배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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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AI발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까지 높아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크게 만들고 있다"며 "소득이 양극화되고 사회심리적으로도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이뤄져야 하지만,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부분도 있는 만큼 사회에 공정하게 배분되는 것이 통합 차원에서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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