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숙원 풀린다…중복상장 사실상 금지"
정부, 중복상장 '원칙적으로 금지' 추진
영업 및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살펴 예외 허용
쪼개기 상장 외에 인수 자회사도 심사 대상
정부가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으로 꼽혔던 '중복상장'을 사실상 금지한다. 물적·인적 분할을 통한 단순한 쪼개기 상장뿐 아니라 인수나 신설 자회사를 통한 상장도 중복상장으로 간주해 심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거래소, 중복상장 원칙적으로 금지 추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를 열고 새로 마련한 중복상장 심사기준을 발표했다.
발표자로 나선 임흥택 거래소 상무는 "앞으로 중복상장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며 "관련된 질적심사기준에 중복상장 특례를 마련해 심사 대상 및 심사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상무는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 의무를 부여해 주주가치를 폭넓게 보호할 것"이라며 "오는 6월까지 관련된 상장 및 공시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이번 발표는 지난달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금융위가 공개한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방향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의 상장규정은 물적·인적 분할 후 중복상장(일명 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으로 중복상장을 규율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와 거래소는 앞으로 분할 뿐 아니라 인수 및 신설한 자회사도 실질 지배력이 있으면 중복상장으로 보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이를 명확히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만 상장을 허용키로 했다.
거래소는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을 새로운 심사기준으로 제시했으며 이를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을 불허할 계획이다. 영업 독립성은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지가 기준이 되며 경영 독립성은 자회사의 의사결정 및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따지게 된다. 투자자 보호는 주주 소통과 보호 노력 등이 기준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그간 우리 자본시장에서 지배주주는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업 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쉽게 이용해 온 반면 일반주주는 자회사 성장의 성과를 공정하게 향유하지 못했다"며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해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복상장, 기업가치 희석해 주주와 한국 증시에 피해 입혀
중복상장은 기업가치가 분산되는 더블 카운팅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동안 한국 증시의 상승을 가로막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복상장 비율이 작년 말 18%에 달했다가 올해 정부가 중복상장을 사실상 막으면서 지난달 기준 9% 대로 내려갔다. 그럼에도 미국(0.05%)이나 중국(2.4%), 일본(4.0%), 대만(2.7%) 등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중복상장의 국내외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자로 나선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복상장은 모회사 일반주주와 자회사 일반주주 간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 간 이해관계가 상이한 의사결정 시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열사 간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어느 한 쪽의 일반주주는 반드시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지배주주는 추가 출자 없이 자회사 상장을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지배권을 유지하고 기업집단을 확장하는 반면 모회사 일반주주는 자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소유와 통제 권한을 상실하고 보유한 간접지분도 중복상장으로 희석되는 피해를 입는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중복상장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와의 오찬에서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원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후 3월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도 "상장기업의 중복상장 문제가 우리 증시의 저평가 원인 중 하나"라고 다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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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복상장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 증시가 재평가될 것으로 봤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중복상장 문제의 본질이 주주보호와 자회사 경영 독립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번 중복상장 금지 방안은 매우 적절하다"며 "특히 자회사 중복상장 추진 시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관점에서 영향평가와 공시 등을 수행하도록 주주 충실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그간의 정책보다 한 단계 앞서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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