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딩의 바벨탑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AD
원본보기 아이콘

기자는 5년 전 코딩 공부를 시도한 적 있다. 코딩 열풍이 불기도 했고 잘 배워두면 기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제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고 30분 만에 펼쳤던 책을 덮었다. 파이선 등 컴퓨터 언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엄청난 양의 코드도 부담스러웠다.


코딩과 접점이 없었지만 기자는 최근 사주와 MBTI(성격유형검사)를 종합해 투자 성향을 분석해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만드는 데 걸린 시간도 단 두 시간에 불과했다. 코드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구현하고 싶은 것을 '말'로 설명하면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이 척척 코드를 작성했다. 심지어 부족한 부분까지 알아서 수정해주기도 했다. 컴퓨터 언어라는 성벽 앞에서 좌절했지만 5년 만에 나름의 성취를 이뤄냈다. 말로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이런 바이브 코딩을 '코딩의 민주화'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바이브 코딩으로 인해 소통의 장벽이 무너진 지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컴퓨터 언어의 '바벨탑'이 세워진 셈이다. 한 스타트업을 관찰해보니, 컴퓨터 언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프로그래밍 과정에 참여해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회의할 때도 불분명한 계획을 두고 대화하는 게 아닌, 바이브 코딩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가지고 와서 수정 과정을 거쳤다. 아울러 결과물을 수정하거나 추가적인 업무를 지시할 때도 부담이 덜했다. 바이브 코딩이 업무 효율과 속도를 엄청나게 끌어올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런 바이브 코딩에도 단점은 있다. '시민 개발자'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전공자가 만들어낸 사이트나 앱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직 바이브 코딩의 수준이 완벽하지 않아 보안상 허점도 생기기 쉽다. 그 허점을 다시 수정해야 하지만 비전공자들이 알 턱이 없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앱스토어에 등록된 신규 앱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23만5800개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만큼 보안 구멍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바이브 코딩으로 쉽게 범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스럽다.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두 문장만으로 해킹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전 세계 정부들은 AI로 인한 해킹 범죄 등을 경계하면서 관련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AD

바이브 코딩은 분명 컴퓨터 언어라는 장벽을 낮추면서 많은 사람의 도전을 이끌어냈다. 이에 맞춰 AI 기업들은 생성형 AI 모델 또는 AI 비서(에이전트)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만 궁리한다. 하지만 이제는 '통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바이브 코딩이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바이브 코딩의 결과물에 보안상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AI 개발 역량을 집중할 필요도 있다. 바벨탑은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해 무너졌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