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 보조금 싹쓸이했던 중국산 전기버스 잊었나
"앞으로 전기차 보조금은 현대·기아차만 받게 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얼마 전 공개한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을 두고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국내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만 보조금을 받고, 수입차는 받지 못할 거라는 소식에 당장 수입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비난이 확산했다. 여당 의원까지 합세해 기후에너지부 장관을 질타하자, 정부가 세부 항목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평가 기준을 들여다보면 수입차에 불리하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국내 조달부품 비율이나 고용창출 효과, 동반성장지수, 국내 연구개발 현황, 공공서비스 차량 개발 여부 등 여러 항목에서 국내 생산이나 연구개발(R&D)을 하지 않는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차를 널리 보급하려는 목적의 세금이 특정 기업 지원에 쓰일 거라는 오해마저 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 중국산 전기버스가 보조금을 '싹쓸이'했던 일을 떠올려보자. 중국 전기버스 업체는 중국 정부의 생산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에 버스를 생산해 수출했다. 때마침 국내 보조금 정책은 '친환경차 보급'이라는 명목 아래 국산과 수입차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지급됐다.
저가에 보조금까지 더해져 중국산 전기버스가 거의 공짜로 들어오면서 국내 시장을 잠식, 2023년 중국산 버스가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우리 세금이 중국 기업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중국 제품에 보조금을 다 줘 국내 전기버스 업체가 죽어 버렸다"며 "보조금 정책을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며 지적한 바 있다. 즉, 이번 평가 기준은 이러한 연장선에서 나오게 된 것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신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정책을 만든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수년 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첨단 기술에 대한 자국 산업 육성을 꾀했으며, 이제는 관세를 무기 삼아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유럽(EU)이 지난 3월 발표한 '산업가속화법(IAA)'은 차량 조립은 물론,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가격의 최소 70% 이상을 EU 내에서 생산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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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 끝에 수입차 30만대 시대가 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은 더 거세질 것이다. 국내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선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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