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폐업 신고 늘었다…중동전쟁 직접 영향권
3월 폐업신고 345건…전월比 5.5%↑
날 풀리면 폐업 줄어드는 통상 흐름 달라져
영세 전문건설업체 직격탄…"유동성 지원해야"
올해 들어 감소하던 건설사 폐업 신고가 지난달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은 겨울철에 폐업 신고가 많고 날이 풀릴수록 줄어드는 패턴을 보이는데, 올해는 달라진 것이다. 사업 포기 및 도산 등 경영 악화로 인한 폐업 사유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내 중소형 건설사들이 미국과 이란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폐업 신고는 총 34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327건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이달 들어서도 1~15일까지 폐업 신고 건수는 150건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건설 폐업 신고는 이전과 다른 흐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건설업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공사 현장이 줄어드는 겨울에 폐업 신고가 가장 많고 기온이 오르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줄어드는 패턴을 보인다. 2024년 1월 417건이던 폐업 신고는 2월 298건, 3월 283건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1월 332건에서 3월엔 291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핸 1월 416건, 2월 327건으로 감소하다 3월에 오히려 건수가 늘었다.
폐업 신고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중동 전쟁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 불황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건자재 수급이 불안해지자 영세 건설업체들이 아예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폐업 신고 사유에서도 실적 악화와 건설 경기 침체 관련 내용이 압도적이다. 지난달 폐업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사업 포기'로 88.1%를 차지했다. 회사 도산 및 실적 저조로 폐업을 선택했다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당장 상황이 안 좋아 문을 닫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여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폐업이 이례적으로 3월에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내 건설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문을 닫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특정 공정을 책임지는 전문공사업체들이다. 전쟁이 길어져 자제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수급까지 어려워지면 도미노 폐업이 이어질 수 있고 전후 건설 수요가 몰리더라도 제때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폐업 신고를 한 건설업체에서 전문공사업 비중은 압도적이다. KISCON에 따르면 3월 폐업 신고된 345건 가운데 295건인 85.5%가 전문건설기업이었다. 전문공사업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공종별 전문공사를 직접 도급 또는 하도급 받아 시공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실내 건축 공사, 철근·콘크리트, 도장·방수·석공 등 14개 특정 업종을 맡게 된다. 일반적으로 전체적인 계획·관리를 하면서 시공하는 업체인 종합공사업보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다. 이들 기업의 폐업 비중은 전월보다 4.2%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공사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건 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문제가 가장 크다. 국내 원유 공급이 제한돼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자 공사비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페인트와 단열재, 혼화제(콘크리트 품질 개선 등에 사용) 등 건설 자재는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폐업한 전문공사 건설사 가운데 페인트 및 단열재 사용 빈도가 높은 실내건축공사 업종은 42곳(14.2%)으로 파악됐다.
대형 건설사들이 잇달아 공사 현장 차질을 우려하고 있는 점도 소규모 전문건설업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레미콘 혼화제, 철골 강판 및 후판 등 주요 원자재 공급 지연이 발생했다"며 자재 수급난·공사비 상승 및 지연 등에 대해 발주처에 공지를 보낸 바 있다. 건자재 공급이 불안하면서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5월 셧다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군 건설사까지 전쟁 영향권에 노출되면서 영세 건설사가 체감하는 위협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을수록 위기 때 폐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규모가 작거나 지방 현장일수록 작은 건설사 역할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무너지면 앞으로 회복기간을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쟁 여파에 경기 전망도 점차 나빠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보다 25.3포인트 하락한 63.7로 집계됐다. 3월엔 전월 대비 6.8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달 지수는 전쟁 여파로 인해 25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해당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영향도 나타났는데 4월 자재수급지수는 17.0포인트 하락한 79.6에 그쳤다. 주산연은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유가 상승에 따른 건설 원가 상승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세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설명한다. 공공 건설공사의 경우 계약금액조정 요건 완화 등 대책이 있지만 민간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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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 여파로 최소 3개월 이상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어 건설업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중소 업체의 경우 협상력이 낮아 비용 상승에 취약한 만큼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거나 공사 대금을 1~2개월 미리 받아 유동성 지원을 해주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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