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도 투자도 올 스톱…베이지북 "美 기업, 이란 전쟁에 관망 모드"
12개 구역에서 모두 이란 전쟁 언급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유가 급등
연료·비료·플라스틱 가격 상승
소비자 양극화 현상 전국화
AI 해고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일단 지켜보자(wait-and-see)."
이란 전쟁이 미국 경제의 판을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 전역의 기업들이 채용, 투자, 가격 결정까지 보류하며 관망하고 있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진단이 나왔다. 또 지난 2월 베이지북에서는 인공지능(AI) 도입과 관련해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번에는 '해고 원인'이라는 표현이 나온 점도 눈길을 끈다.
이란 전쟁에 유가 급등…기업들 비용 상승 직면
Fed는 15일(현지시간)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중동 분쟁이 채용, 가격 책정, 자본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언급됐다"며 "많은 기업이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물가와 관련해 "중동 분쟁으로 인해 모든 구역에서 에너지 및 연료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운송 및 배송 비용과 플라스틱, 비료 및 기타 석유 기반 제품 가격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완만했지만, 에너지와 연료 비용은 12개 Fed 관할 지역 모두에서 급등했다. 또 물가 상승 압력이 에너지 부문을 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전쟁이 경영진에게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경향이 전국적으로 나타났고 전했다.
북동부 지역의 기업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중동 분쟁으로 인해 연료 할증료를 포함한 에너지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 기업은 이러한 가격 인상이 운송비와 농산물 원료 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일부 기업들은 시카고 연은에 전쟁으로 인해 일부 화학 물질의 공급 부족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은 전쟁이 "농업 부문에 상당한 변동성을 야기해 농기계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비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했다"고 보고했다.
이란 전쟁으로 소비자 'K 양극화' 심화
특히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푸드뱅크 수요가 증가했고, 저가 제품으로 소비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은 고급품, 자산관리, 여행 지출에서 회복력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많은 구역에서 소비자 재정 압박, 가격 민감도 증가, 푸드뱅크 및 기타 사회서비스 기관의 수요 증가 징후가 계속 보고되었으나, 고소득 소비자들의 지출은 회복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보고됐다. 뉴욕 연은은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이 중동 분쟁으로 인해 신중해지고 있다"며 "한 음식점 주인은 자동차, 보험, 식품의 비용 상승으로 노동 계층 소비자들의 지출이 제한되고 있다고 관찰했다"고 밝혔다. 현금에서 신용카드 결제로의 전환이 증가했는데, 뉴욕 연은은 "이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이 차입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안정…AI '해고 원인' 지적 눈길
미국의 노동시장은 고용 측면에서 대부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다만 보고서는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임시직이나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생산성 향상이 채용 지연, 저연차 수요 감소를 야기하는 광범위한 증거도 처음으로 나타났다. 뉴욕, 애틀랜타, 샌프란시스코는 "AI가 채용을 줄였다"고 언급했으며, 보스턴은 AI를 "해고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제조업 활동은 큰 변화가 없었다. 대신 제조업체들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와 더 높은 연료 비용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보고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밖에 이란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고조로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됐다고 보고서에 나왔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개선됐으며,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한 산업용 부동산이 강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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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베이지북은 최근 12개 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보고서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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