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가 런웨이 된다"…양정웅 감독, 경복궁에서 전통과 미래 펼친다
24일 흥례문 광장 궁중문화축전 개막제
몽유도원무·강강술래·한복 패션쇼·미디어파사드
왕이 다니던 길, 어도(御道)가 런웨이가 된다. 국악 선율 위로 EDM이 흐르고, 외국인 모델들이 한복을 입고 걷는다. 오는 24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2026 봄 궁중문화축전' 개막제에서 펼쳐질 모습이다.
연출을 맡은 양정웅 감독은 15일 서울 한국의집에서 기자들을 만나 "고전 각색과 궁의 활용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경복궁에서 이런 기회를 얻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총연출, APEC 정상회의 예술 총감독 등 국가 메가 이벤트를 두루 거쳤다. 연극·오페라·무용·뮤지컬을 넘나들며 쌓아온 감각은 이번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전에 현대를 덧입히고, 궁을 새로운 언어로 풀어낸다.
고궁은 제약이 많은 무대다. 바닥에 박석이 깔려 있고, 조명·음향 장비 설치에 한계가 있다. 어도에 객석을 배치할 수도 없다. 양 감독은 이 같은 난관을 새로운 발판으로 삼는다. "오히려 이곳을 무대로 쓰는 발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공간 자체를 무대로 삼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고궁에서 가질 수 있는 느낌을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막제의 주제는 '궁, 예술을 깨우다 - 하이퍼 팰리스(Hyper Palace)'다. 전통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경계가 사라지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 그 세계관을 담아낼 공간으로 흥례문 앞에 우주 정거장을 연상시키는 원형 무대를 배치한다.
그 위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공연들이 쏟아진다. 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를 시작으로 래퍼 우원재와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의 '강강술래', 무용수 최호종과 거문고 산조 이수자 허윤정의 합동 무대, 소리꾼 최예림과 노아 합창단의 '대장금 오나라 콜라보 연주', 댄서 아이키와 댄스 크루 훅이 재해석한 봉산탈춤이 차례로 펼쳐진다.
이어지는 한복 패션쇼에서는 어도를 런웨이 삼아 한복의 미를 세계에 펼쳐 보인다. 양 감독은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고궁에 오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쁘더라"라며 "그 장면을 무대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흥례문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파사드와 레이저쇼로 장식한다.
그가 하이퍼 팰리스라는 이름에 담은 세계관은 단순한 퓨전이 아니다. 양 감독은 "전통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역사의 보물"이라며 "그것에 현재와 미래를 접목하는 것이 제가 공연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APEC 만찬 공연에서도 그는 늘 같은 질문을 품고 무대에 섰다. 우리의 것을 어떻게 지금 이 시대의 언어로 번역할 것인가. 이번에는 그 무대가 경복궁이다. 양 감독은 "흥례문에서 펼쳐지는 미디어파사드가 바이럴돼 전 세계에 빛처럼 뻗어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통의 공간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미 시선은 개막제 너머를 향하고 있다. 그는 "근정전·경회루 등 경복궁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람하는 몰입형 연극도 하고 싶다. 초기작 '상사몽'을 궁궐 배경으로 올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기와의 먹색, 오래된 단청에 배어 있는 세월. 궁에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미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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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궁중문화축전은 개막제를 시작으로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9일간 5대 궁궐과 종묘에서 열린다. 사전 예약 프로그램 열한 개는 이미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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