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선진 원자력 기술로 주목 받아
물 대신 헬륨 등 가스로 원자로 식혀
전 세계 오지 어디에서는 전력 공급
지난 2월18일(현지시간), 미 공군 수송기 한 대가 초소형 원자로를 화물칸에 싣고 비행했습니다. 이 원자로의 이름은 '와드 250(WARD 250)'으로, '발라 아토믹스'라는 스타트업이 제조한 원자로입니다. 발전 용량은 5메가와트(MW)로, 비행기 화물칸에 들어갈 만큼 작지만 약 5000가구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할 수 있지요.
와드 250은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용 원자로와 약간 다릅니다. 대부분의 원자로는 물(경수)로 냉각하고 열에너지를 옮기지만, 와드 250은 가스로 원자로를 식히는 '가스 냉각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는 가스 냉각 기술로 만든 소형 원자로가 훗날 미군 기지, 오지, 재난 지대에 전력을 공급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압경수로 vs 가스 냉각로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는 가압경수로(PWR)를 사용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개발한 ARP1400이 대표적인 PWR이지요. PWR은 고압 용기 안에 담은 물로 원자로의 뜨거운 열을 식히고, 열에너지를 증기관으로 보내 터빈을 작동시켜 발전하는 원자로입니다.
반면 가스 냉각로는 헬륨, 이산화탄소(CO2) 등 가스로 원자로를 식힙니다. 가스 냉각로는 PWR보다 원자로 온도가 느리게 오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만큼 멜트 다운(핵연료 과열로 원자력 발전소 구조물이 파손되는 현상)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요. 다만 가스의 열전달 효율은 물보다 낮기 때문에, 가스 냉각로는 PWR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다만 핵 연료 가공 기술의 발전, 열에너지를 옮기는 펌프와 밸브의 고도화 등으로, 가스 냉각로 소형화의 돌파구가 열렸습니다. 이처럼 소형화 기술을 적용한 고온 가스 냉각로는 미 에너지부 주도하에 '4세대 선진 모듈형 원자로(AMR)'로 정의됐으며, 지금까지 각국이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지요.
물 필요 없는 원자력 발전소
4세대 AMR이 PWR보다 매력적인 부분은 물이 필요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PWR은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예비 냉각수를 구비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가 해안선 근처에 건설되는 이유도 유사시 물을 확보하기 용이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한계는 원자로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도 고스란히 적용돼, SMR 발전소는 모두 예비 물탱크나 수조를 포함해야 합니다. 즉 물을 구하기 어려운 장소에는 SMR 발전소를 설치하기 어렵고, 특히 발전소 못지않게 물 소모량이 큰 데이터센터의 문제를 더욱 악화하지요. AMR이 차세대 원자력 발전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물이 없는 곳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AMR은 오지에서 작전 중인 군부대나, 천재지변으로 물과 전기 공급이 끊긴 재난 지대에 소중한 에너지를 즉각 공급할 수 있습니다.
냉전 당시 PWR에 밀렸지만…뒤늦게 주목
사실 가스 냉각로는 1950년대부터 개발된 유서 깊은 기술입니다. 주로 영국, 프랑스의 원자력 당국에서 개발을 주도했지요. 다만 앞서 언급한 열전달 효율 문제로 원자로가 비대해져야 하다 보니, 시대가 흐르면서 PWR에 밀려 퇴출당했습니다. 특히 냉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소비에트 연방이 공격적으로 건조했던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는 PWR이 훨씬 적합한 기술이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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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R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 등 기존 원자력 산업 강국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가스 냉각로 연구에 몰두했고, GTHTR300이라는 자체 설계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가스 냉각 방식 원자로의 종주국인 영국은 대표 중공업체 롤스로이스를 통해 100메가와트(MW)급 AMR을 개발 중이며, AMR에 적합한 차세대 핵연료도 국영 유린코(URENC)를 통해 제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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