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란전쟁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 절묘한 투자
이르면 이번 주말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드디어 중동에 평화가 찾아올까' 하는 기대에 앞서, '이번에는 또 누가 돈을 벌까'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누군가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발표하기 직전이었다. 온라인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에 50여개의 신규 계정에서 '휴전한다'에 돈을 걸어 수십만 달러를 따낸 정황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 발전소 공습 유예를 발표하기 15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선물시장에서 벌어졌다. 약 5억8000만달러(약 855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원유 선물 매도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가 이란의 위협에 노출된 중동 국가들에 드론을 판매하고 있다거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측이 이란전을 앞두고 전쟁 수혜 주에 투자를 시도했다는 보도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도 국가 정책을 돈벌이에 활용하는 것을 숨기려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1기 집권 때부터 백악관을 가족 사업화한다는 지적이 수도 없이 나왔지만 2기에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1기때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맏사위는 현재 민간인 신분으로 중동에서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어마어마한 이익을 챙겼던 차남은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함께한다.
개별 사례만으로 트럼프 행정부 자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행정부 내 어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권력과 시장이 얽혀 나타나는 미국 정관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전미경제조사국(NBER)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 의회 지도부 의원들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일반 의원들과 비교해 연간 최대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주식 투자 실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다만 우연이라기에는 지나친 부분이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국가 안보 관련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반역죄'"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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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시장에 영향력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영향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백악관은 이런 우려를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직위를 활용한 예측시장 베팅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같은 의혹이 이어진다면 민주주의와 시장에 대한 신뢰에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핵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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