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 열풍, 몸집 키운 지역빵집…고용도 2배 껑충
성심당, 매출 5년새 318% 증가
군산 이성당·천안 뚜쥬루·부산 옵스도 인기
전통·지역 기반에 혁신 택한 유연성까지
고용 창출·지역경제 동반 상승 효과
전국 빵집을 찾아다니며 대표 상품을 먹어보는 이른바 '빵지순례(빵과 성지순례의 합성어)' 유행이 지속되면서 지역 빵집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매출 증가에 고용 확대에도 앞장서며 빵집이 지역 거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분간 빵지순례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빵집발(發) 지역 경제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전 유명 빵집인 성심당 운영사인 로쏘는 최근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26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2021년 629억원에서 5년 만에 3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17억원에서 지난해 3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성심당은 2023년 프랜차이즈가 아닌 단일 빵집 브랜드로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이후 매출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로 개업 70주년을 맞은 성심당은 대전 중구 본점을 포함해 대전에만 1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빵지순례 열풍…지역 빵집 매출 급증
빵지순례 붐을 타고 다른 지역 빵집도 매출이 급증했다. 군산의 유명 빵집인 이성당도 2021년 217억원에서 지난해 298억원으로 매출액이 37% 증가했다. 81년 역사의 이성당은 현재 군산 시내에 본점과 신관을 운영하고 있다. 거북이빵·돌가마만주로 이름을 알린 천안 빵집 뚜쥬루과자점과 명란바게트·학원전 등이 유명한 부산 옵스(OPS)도 매출액이 5년 새 급성장했다. 뚜쥬루과자점 운영사인 뚜쥬루개발은 2021년 매출액이 88억원에서 지난해 315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옵스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23.5% 늘었다.
성심당과 옵스, 이성당은 밀가루와 쌀가루, 앙금 등 원재료를 활용해 직접 빵을 제조하는 빵류 제조업체다. 성심당은 그야말로 대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다.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빵류 제조업체 매출 순위에서 성심당은 2024년 4위를 기록했다. 상미당홀딩스 계열인 파리크라상, 샤니, 에스피엘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특히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대기업을 모두 제치고 성심당이 2024년 1위(478억원)로 2위 파리크라상(223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옵스도 빵류 제조업체 순위에서 2024년 매출 기준 15위, 영업이익 기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 기반·전통의 빵집, SNS 타고 '대흥행'
이처럼 전국의 지역 빵집들이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국 빵집을 순회하는 행태가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자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문화와 맞물리며 경험형 소비가 확산했고, 일종의 도장 깨기식 순례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됐다. 지역 빵집들도 크림빵, 단팥빵 등 대표 메뉴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 맞게 신메뉴를 내놓고 SNS로 적극 소통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했다.
지난해 성심당과 이성당의 마케팅 전략을 연구한 문승렬 조선대 교수는 두 빵집이 전통을 바탕으로 지역과 강한 유대 관계를 갖고 제품 품질은 높게 유지하며 동시에 온라인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성당은 1945년, 성심당은 1956년, 옵스는 1989년, 뚜쥬루는 1992년 등 개업 시점이 최소 30년 이상된 빵집이다. 이성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소개한다. 동시에 성심당은 대전, 뚜쥬루는 천안에 거점을 두고 다른 지역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심당은 2024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도 대전에서만 빵을 판매한다는 방침을 고수한다는 이유로 빵은 판매하지 않기도 했다. 이성당과 옵스는 현재 본점을 메인으로 하며 수도권 인근에 매장을 뒀지만 모두 직접 운영하고 있다.
고용도 '쑥'…빵집이 거점돼 외지 방문객 늘어
이러한 트렌드는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확장으로 연결됐다. 지난 5년간 지역 빵집의 고용은 크게 늘었다. 성심당은 직원 수가 2021년 476명에서 지난해 100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성심당의 인건비 관련 비용(급여·퇴직급여·인력개발비·복리후생비)은 같은 기간 110억원에서 303억원으로 175% 늘었다. 성심당은 2024년 직장어린이집 건축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성당도 5년 새 직원이 68명에서 191명으로, 옵스도 193명에서 196명으로 증가했다. 뚜쥬루의 경우 같은 기간 직원 수가 세 배 이상 늘어 277명까지 확대됐다.
지역 방문객과 관광 지출액도 덩달아 늘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성심당 본점이 있는 대전 중구는 2021년 대비 지난해 외지인 방문객이 50% 증가했다. 티맵모빌리티가 발표한 지난해 연간 목적지 상위 1000곳을 보면 성심당 본점이 129위에서 84위로, 이성당 본점이 536위에서 443위로 1년 새 순위가 올라가기도 했다. 성심당을 방문하려는 외지인이 쏟아지자 대전에서는 차 안에 접이식 테이블과 보냉백 등을 갖춘 '빵 택시'까지 등장했다. 이성당이 있는 전북 군산시, 뚜쥬루 빵돌가마마을이 있는 충남 천안 동남구, 옵스 유명 매장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도 5년 새 외지인 방문객 증가율이 20%를 넘어섰다.
지역별 관광 지출액 중 제과음료업에서 쓴 카드 결제 금액을 보면 대전 중구는 5년 새 370% 늘어난 703억원이었고, 같은 기간 중 전북 군산시 52%, 천안 동남구 44%, 부산 해운대구는 43%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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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지순례 트렌드를 활용한 지자체 빵 축제도 인기다. 대전시는 2021년부터 매해 빵 축제를 한차례 진행하고 있으며 참여 빵집도 처음엔 30여개에서 지난해 102개로 늘었다. 실제 최근 3년간 대전 빵축제 기간 대전역 KTX 이용 인원도 축제 개최 기간 요일(토·일) 평균 이용 인원 대비 1.2배 늘어났다고 한국철도공사 대전충남본부가 밝히기도 했다. 천안시도 1년에 두차례 지역 빵집이 참여한 빵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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