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는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중략) 경쟁국들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반도체 산업의 제조역량을 끌어올리고 있어 한국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은 삼성전자에 6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2023년 3월 한 경제매체 기사의 일부다. 이후 이런 의견이 다수론을 형성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매출 133조원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경이로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영업이익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년여 시차가 있지만,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당시 경기의 바닥을 깊게 파고 들어갔던 삼성전자가 이제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호황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라는 외부 요인 외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어떤 변화를 이뤄냈는지, 파운드리 실적은 어느 정도 호전시켰는지, 놀라운 실적의 내역과 향후 전망에 대한 궁금증은 오는 30일 삼성전자가 여는 콘퍼런스 콜에서 일부 해소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가 아닌 우리가 되짚어볼 미스터리가 있다. 왜 우리는 삼성전자의 부진을 한국 반도체산업 전체의 위기로 확대 해석했을까? 반도체 경기는 2024년에 회복되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에 HBM을 앞세워 23조원 넘게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 반도체도 흑자로 돌아섰다. '정부가 반도체 업체를 직접 도와야 한다면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인가' 등 세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024년 5월 기자간담회에서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재정지출과 세제지원은 역할이 다르다. 민간이 못하는 부분에는 보조금을 줘야 하지만 잘하는 부분은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다. 제조역량이 떨어지는 일부 선진국은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반도체에서 약한 부분이 생태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부문이다. 민간이 못하는 이러한 부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고, 기업이 잘하는 부문은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겠나."

둘째 미스터리는 이 설명이 합리적이고 게다가 반도체 경기가 호전되는데도 왜 여론은 계속 보조금에 집착했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2024년에 저금리 대출과 인프라 조성 등으로 반도체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보조금이 빠져서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반도체특별법에는 기업에 직접 주는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정부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다면, 요즘 얼마나 비판받았을까.


이 글의 의도는 두 미스터리를 푸는 데 있지 않다. 앞으로는 반도체 경기의 부침 속에서 심리에 휘둘리지 않는 가운데 차분히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찾아 실행하자는 것이다. 삼성 반도체가 비관론에 휩싸여 있을 때, 이 회사의 한 엔지니어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는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야." 이 같은 담대함이 삼성전자의 저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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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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