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지구 산소 급증 비밀, 합천 충돌구가 풀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첫 발견…화성 생명탐사 단서도
약 24억년 전 지구 대기 산소 농도가 급증한 '산소대폭발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의 오랜 미스터리를 풀 새로운 단서가 한반도 유일의 운석충돌구에서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연구진이 경남 합천 운석충돌구에서 지구 초기 생명의 대표 흔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를 확인하며, 운석 충돌 뒤 형성된 열수 호수가 산소 생산 미생물의 '번식지'였을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다.
임재수 KIGAM 박사 연구팀이 합천 운석충돌구 북서쪽에서 직경 10~20㎝ 규모의 스트로마톨라이트 여러 개를 발견하고, 이들이 운석 충돌 이후 형성된 열수 호수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했다고 15일 밝혔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층층이 퇴적물을 붙잡아 만든 돔형 또는 기둥형 구조체로, 약 35억년 전 생명 활동의 대표적 화석으로 꼽힌다.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초기 지구 대기 변화 연구의 핵심 단서다.
운석 충돌이 만든 '따뜻한 호수', 생명 진화의 실험실 됐나
연구팀은 합천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뒤 형성된 충돌구에 지하수와 빗물이 고이며 호수가 만들어졌고, 지하 깊은 곳의 충격 용융물이 오랜 시간 열을 방출하면서 열수 호수 환경이 조성됐다고 봤다.
실제 스트로마톨라이트 내부에서는 운석 기원의 영향과 주변 암석의 특징이 동시에 나타났고, 희토류 원소 분석에서는 열수 작용의 대표적 흔적인 유로퓸(Eu) 양의 이상값이 확인됐다. 특히 중심부에서 이런 흔적이 더 강하게 나타나 성장 초기 열수 활동이 활발했고 시간이 지나며 점차 냉각됐음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이 열수 호수가 단순한 지질 현상을 넘어 초기 지구의 '산소 오아시스'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초기 지구에 빈번했던 운석 충돌이 곳곳에 이런 열수 호수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시아노박테리아와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번성하며 국지적으로 산소를 공급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산소대폭발 사건 시기 왜 대기 산소가 급격히 증가했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시나리오다. 기존에는 화산활동 변화, 대륙 성장, 해양 화학 변화 등이 주로 거론됐지만, 이번 연구는 "운석 충돌이 생명 서식 환경을 확장해 산소 생산을 가속했을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더했다.
운석 충돌로 형성된 합천 충돌구가 열수작용으로 고온·고염 호수로 진화하고, 가장자리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성장하며 산소를 생성한 뒤, 열수 활동이 약해지면서 현재의 지형과 식생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나타낸 개념도. KIGAM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화성 생명탐사 방향까지 넓힌 합천의 의미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화성 탐사 전략으로도 확장했다. 초기 지구와 유사하게 물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의 고대 운석충돌구 주변에서도 스트로마톨라이트와 유사한 생명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화성 탐사에서 충돌구 외곽 퇴적층과 유기물층, 층상 암석 구조를 집중적으로 찾는 것이 생명 흔적 탐사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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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제1 저자인 임재수 박사는 "운석충돌구 내 열수 호수 환경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성장했음을 종합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초기 지구 산소대폭발의 원인으로 새로운 산소 오아시스 가능성을 제시하고, 화성 지표 탐사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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