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전 공자, 인공지능 만난다면
"매끄러운 지식보다 거친 흉터를 보라"
사람을 알아보는 어려움은 시대를 초월한 난제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중국 고대의 사상가 '공자'조차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모가 험악하다는 이유로 뛰어난 제자였던 '담대멸명'을 놓칠 뻔했다. 반면 매끄러운 언변만 믿고 '재아'를 신임했다가 훗날 후회했다. 지금 우리는 인재 선발이란 오랜 난제에 새로운 층위 하나를 더해야 하는 시대에 있다.
인공지능(AI)이 지식을 맞춤형으로 생산, 복제하며 모두가 '척척박사'가 된다. 공자는 사이비 지식인을 '향원' '문인'이라 이르며 경계했다. 향원은 덕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처럼 알맹이가 없다. 문인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평판이 과대하게 포장된 사람이다. AI 시대에 속성으로 육성된 인재는 현대판 향원이라 할 만하다. 빠른 학습과 매끄러운 언어로 포장된 속성 전문가들. 전문 용어와 그럴듯한 논리를 늘어놓지만, 알맹이가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30년 된 숙성 전문가보다 3개월 된 속성 큐레이터가 더 각광받는 기현상까지 벌어진다.
인재의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미국 하버드대 디지털 연구소의 존 윈저는 강력한 기준들을 제시한다. 우선 흉터를 말했다. 실패와 상처의 흔적을 뜻한다. 인재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밀도에서 진짜와 가짜가 갈린다는 것이다. 진짜는 많은 지식 너머에 실패의 흔적, 시간의 축적을 갖고 있다.
두 번째는 디테일이다. 총론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선택을 했고 왜 그랬는지를 설명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인 것을 아는 것이고, 지혜는 과일샐러드에 넣지 않는 것이다'란 서양 명언도 있다. 즉 현장에서, 삶에서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포인트다. 어느 기업의 대표는 면접자에게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오는 길을 낯선 고객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물었다. 무심한 질문 같지만, 그 안에는 배려, 소통의 디테일이 고스란히 있다. 고객에게 친절한 직원이 된다는 두루뭉술한 말보다 더 구체적이란 차이가 난다.
세 번째는 재해석이다. 가령, 지식도 남의 말을 인용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고 내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AI 시대에 지식의 진위 구분은 경험과 체화에서 비롯된다. 공부든, 취미든 나만의 몰입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그 일에서 불씨를 살릴 수 있다.
네 번째는 시간의 축적이다. 화려한 프로필보다 중요한 건 경험이 뒷받침된 삶의 서사다. 모 외국 자동차 회사에서 화려한 학벌, 언변을 가진 응시자를 뒤고 하고, 자신의 자동차에 관한 블로그를 수년간 운용한 사람을 채용한 것은 익히 알려진 일화다. 면접을 위한 반짝 열정과 모범답안은 복제할 수 있어도, 시간이 담긴 내공은 따라 할 수 없다.
다섯 번째는 태도다. 장마를 미리 알긴 힘들지만, 우산을 준비할 수는 있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요한 태도다. 경험 있는 숙성 인재는 시대와 위기를 예측하기보다 불확실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말한다.
공자의 처방은 AI 시대에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그 사람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표면 행동), 행동의 목적을 살피며(동기), 무엇을 편안해하는지(가치)를 파악하라." 정보가 넘치고 언어가 유려해진 시대일수록 행동과 목적, 가치관을 보고 인재를 선별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성공의 나열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흔적, 마디마다 맺힌 성장통과 시간의 내공, 지향점이다. 그것들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쟁 요소란 것이 바로 AI시대 인재 판별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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