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일수록 '부동산 불패' 믿음에 균열...올해 투자 1순위 달라졌다
하나금융연구소 '2026 웰스 리포트' 발간
국내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면서 부자들이 부동산이나 예금보다 자본시장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증식의 방법으로 부동산보다 금융투자에 기대는 경향도 짙어졌다. 부자의 절반은 최근 10년 내 부자 반열에 올랐고, 이 중에는 일반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부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올해로 발간 18년째로, 이번에는 부자들의 올해 자산관리 전략과 함께 최근 큰 부를 쌓은 50대 이하 부자들의 부 형성 과정과 투자 철학 등을 집중 조망했다.
부자들, 올해 부동산보다 금융투자…예금 등 안전자산 선호도 줄어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738명)의 절반 내외는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물과 부동산 경기 모두 악화할 것이라는 시각은 큰 폭(20%포인트가량) 감소했고, 개선 기대가 2배 이상 늘었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를 지난해보다 적극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부자의 39%는 올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의향을 나타냈다. 특히 '부동산은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는 의견이 그 반대보다 1.8배 더 높게 나타났다.
코스피가 장중 '6천피'(6,000포인트)를 재돌파한 후 5,960선에서 장을 마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인식도 바뀌고 있다. 부자의 43%는 '이제는 돈 버는 방법으로 부동산보다 금융투자가 더 낫다'고 응답했다. 이는 일반 대중의 설문 결과(31%)보다 더 높다. 설문과정에서 만난 젊은 부자들은 '자가 없이 금융자산으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 투자 의향 1, 2위를 차지했던 예금과 채권은 올해 4위(35%), 7위(24%)로 밀려났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으로 옮겨갔다. 특히 ETF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새롭게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부자는 1년 사이 29%에서 48%로 대폭 확대됐다. 주식 투자 의향 역시 같은 기간 29%에서 45%까지 늘었다.
반면 부동산 투자 의향은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줄었음에도 지난해보다 낮았다. 매입 의향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37%로 감소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로 결정이 쉽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과 상업용 부동산의 불황, 금융투자를 우선 고려하는 의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녀의 자산 성장을 돕기 위해 전략적으로 승계 계획을 세우는 움직임도 보편화되고 있다. 부자의 80%는 구체적인 자산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절반 가까이는 이미 자산의 일부를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자 된 50대 이하 'K-EMILLI'…부 축적 과정 살펴보니
부자의 절반은 최근 10년 이내 부자 반열에 올랐고, 이들 중 40%는 50대 이하였다.
보고서가 이들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 부자(16%)에 비해 회사원과 공무원, 즉 샐러리맨 비중(30%)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는 서울에 거주하지만 일반 부자 대비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도 많았다. 자가에 사는 비율은 83%로, 일반 부자(86%)보다 더 낮았다. 30평형대 이하, 소위 국민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44%로 가장 보편적이었다.
보고서는 이들을 K-에밀리(EMILLI)로 명명하고, 경제력과 부 형성 과정을 살폈다. 에밀리는 2019년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크리스 호건이 큰 부를 쌓은 평범한 사람들을 칭한 말이다.
K-에밀리 가구의 근로 소득은 2억4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0%는 사업 소득까지 추가돼 총 소득은 연평균 5억8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부자 된 이들은 48%가 근로 소득 외 '기타 소득원'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자가 된 시점이 최근일수록 더 다양한 소득원을 확보해 부를 축적했다는 의미다. 이들의 총 자산은 60억원대, 금융자산은 약 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저축으로 평균 8억5000만원의 종잣돈을 모으고 투자로 자산을 불렸다. 이들 중 절반은 상속 및 증여를 받았으나, 72%는 '온전한 또는 상당부분 노력'으로 부를 일궜다고 응답했다.
부를 형성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사업 호황이나 연봉 인상 등 소득 상황이 개선된 결과(44%)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금융투자를 통한 수익 확보와 저축을 통한 목돈 마련으로 시너지를 냈다고 응답했다. 눈에 띄는 점은 금·은·예술품 등 현물 자산(6%)과 스타트업·벤처기업 투자(3%) 등 돈을 모으는 방법이 과거에 비해 더 적극적이고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자산을 늘리기 위해 83%는 세무·금융투자 등을 공부하고 자산 리밸런싱, 소비 절약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자기 계발이나 부업 등을 통해 추가 소득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더 활발한 편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자산 증식을 위해선 부동산보다 금융투자가 더 낫다는 응답도 48%에 달해, 일반 부자(43%)보다 더 높았다. 분산 투자보다는 충분한 이해를 통해 '잘 아는 영역'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26%)도 일반 부자(20%)보다 상대적으로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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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K-에밀리는 과거 사업 성공이나 상속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적극적인 금융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새로운 부자 유형"이라며 "사회의 주요 경제 주체로서 부의 개념을 바꾸고 기존과 다른 부의 형성 방식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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