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뚫린다"…'무인' 전자담배 매장 관리 사각지대
민증만 있으면 본인 확인 절차 없어
청소년 도용·대리구매 문제 확산
정부, 무인매장 성인인증 강화 추진
서울 강동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안내에 따라 신분증을 판매 기기에 밀어 넣자 내부에서 붉은 스캐너 광선이 훑고 지나갔다. 5초도 채 지나지 않아 '성인 인증 성공' 메시지가 떴다. 기계에는 신분증 속 사진과 구매자의 얼굴을 대조하는 장치가 없었고 신분증의 유효성만 확인됐다. 타인의 신분증으로 인증 절차를 거치더라도 얼마든지 통과할 수 있었다.
무인 전자담배 매장의 허술한 인증 구조가 청소년의 '흡연' 등 탈선 통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분증 위조·도용이나 담배 대리구매 등 또다른 문제가 파생되는 양상이다.
15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무인 매장에서 담배나 주류를 판매할 땐 반드시 성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 역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 약물 및 물건으로 지정돼 있어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 보급된 전자담배 판매 기기 상당수는 신분증의 진위 여부만 판단할 뿐 실제 당사자인지 확인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 신분증이나 여권의 칩 또는 문자열을 인식해 유효한 신분증인지만 확인하다 보니 부모·형제 혹은 지인의 신분증을 가져와 사용할 경우 이를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선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하는 일탈이 벌어지고 있다. 텔레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리구매' '댈구'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실물 신분증을 위조·제작해주거나, 일정 수수료를 받고 전자담배를 대신 사주겠다는 글이 수십건씩 올라와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45)는 "아이가 친구들과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들고 찍은 사진이 있어 놀랐다"며 "술이나 담배를 사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분증 대리구매'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 왼쪽은 실물 신문증 대여 또는 구매를 원한다는 글이다. 오른쪽은 위조 신분증 제작 의뢰 시 안내되는 가격표다. 박재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점주들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무인 전자담배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기계가 인증을 통과시켜주면 점주 입장에선 판매를 저지할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지문이나 얼굴 인식 등 고가의 생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비용 측면에서 부담스럽고, 신분증 도용까지 일일이 확인하자니 무인 운영이란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털어놨다.
현행법상 점주가 신분증 확인 의무를 다하고도 위조·도용된 신분증에 속아 판매했을 경우 과징금 부과에서 자유롭다. 이런 면책 조항이 사각지대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상반기 내 무인 매장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매장별로 자율 운영하고 있는 성인 인증 체계를 실물 신분증 외 모바일 신분증, 생체 인증 등 보안을 강화한 체계로 의무화하거나 권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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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청소년보호법상 엄격한 규제 대상이지만, 가짜 신분증 제시 등 수법이 정교해지면 유·무인 매장을 막론하고 현장에서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무인 매장에서의 본인 인증 방안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발표돼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유예 기간 동안 구체적인 규정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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