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격 억제에 소비 오히려 증가
3월 중순 이후 판매량 증가세 뚜렷
OECD 대비 역행…절감 유인 약화

편집자주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3월13일 첫 시행 이후 약 한 달째, 동네 주유소들이 적자경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유통망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착화된 구조적 비용 때문으로 발생하는 손실과 인위적인 가격 고정으로 인한 시장 기능 마비 등 문제를 진단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본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한 달간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공급 차질로 국제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는 흐름과 괴리를 보이며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가격 억제에 따른 수요 증가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시장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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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3월 2주차 휘발유 판매량은 25만7423㎘를 기록했다. 1차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인 3주차는 27만7307㎘, 2차 최고가격제 적용 이후인 4주차에는 32만1051㎘로 지속해서 늘었다. 4월 1주차 휘발유 판매량은 25만261㎘로 다소 줄어들었는데 3월 중순 미리 주유했거나 3차 최고가격제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유를 서두르지 않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격이 억제된 상황에서도 소비가 크게 줄지 않으면서 수요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르는 시장 기능은 마비되는 수준에 직면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해외 상황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휘발유 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최고가격제로 가격을 제한해 두니 소비자들에게 '굳이 아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수요가 충분히 줄지 않아 정부나 정유사가 원유 확보를 위해 전 세계를 돌고 있다"면서 "심지어는 내륙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도 석유를 수입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흐름과의 괴리도 구조적 왜곡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독일은 3월 2주차 평균 3529.2원에서 4주차 3681.7원으로 원유 가격 상승 흐름에 맞춰 가격이 올랐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901.6원에서 1819.2원으로 낮아졌다.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 공급 단가와 유통 마진, 세금 등으로 구성되지만 최고가격제로 상승분 반영이 제한된 영향이다. 글로벌 페트롤프라이스에 따르면 지난 2월23일 이후 한 달간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호주 34.4%, 일본 14.9%인 반면 한국은 12.2%에 그쳤다.


가격 통제는 현장 유통 구조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주유소 4851곳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했고 불법행위 총 85건을 적발했다.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는 사례를 적발한 즉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위반 사실을 통보하는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 중이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최고가격제 시행에 더해 주유소 판매 가격 관리 감독을 엄격하게 강화해 주유소는 평소보다 이윤을 적게 남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주유소 업계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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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격 억제 정책의 부담은 정유사로 전가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높아진 원유 도입 원가와 억눌린 내수 가격 사이에서 정유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환율 상승의 충격도 상당한 데 원유 결제 대금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특성상 대규모 외환차손 및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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