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탓에 소비 급증?…靑 정책실장, 조목조목 반박
김용범 정책실장 "3주간 휘발유 판매량은 작년 대비 0.3% 증가에 그쳐"
4.2조 정유사 손실 지원엔 "향후 역마진에 대한 안전장치"
'비축유 스왑' 정유사 특혜?…"정유사가 차액 부담 가능성도 존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석유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4조2000억원 혈세 투입'과 '소비 급증' 논란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쟁 추가경정예산'으로 투입되는 4조2000억원 규모 재정은 정유사 손실을 메워주는 돈이 아니라 향후 고가 원유 투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 역마진에 대비한 안전장치이며, 최고가격제 시행 뒤 휘발유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정 시점만 잘라본 해석으로 시행 이후 3주간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경유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석유 최고가격제: 오해를 넘어서, 무엇을 선택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제도가 이란전쟁이라는 충격 속에서 약 30년 만에 다시 호출된 가운데 정부의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구조에 대한 이해보다 몇 가지 강한 프레임 위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우선 '정유사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한다'는 비판에 대해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휘발유·경유는 전쟁 이전 배럴당 60달러대에 도입된 원유로 만든 제품이라며 지금 시점은 실질적 역마진 구간이 아니라 오히려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는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가격 급등에도 국내 가격을 올리지 못해 생기는 부분은 실제 손실이라기보다 초과이익의 일부를 억제하는 정책적 선택에 가깝고, 회계상 재고평가이익 역시 현금흐름과는 구분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진짜 손실 구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전쟁 이후 100달러 이상에 계약한 원유가 정제 공정에 투입되는 시점부터 가격 상한이 실제 원가보다 낮아지는 실질적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4조2000억원 규모 재정은 지금 쓰이는 보전금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한 장치에 가깝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로 소비 폭증?…"시계열 3주로 확장하면 0.3% 증가에 그쳐"
가격을 눌러 소비가 폭증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시계열에 따른 왜곡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시행 2주 만에 휘발유 판매량이 24.7% 증가했다는 수치가 자주 인용되지만, 이는 시행 직전과 직후를 단순 비교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가격 하락에 '다음에 오르기 전에 채워두자'는 선제 구매 심리가 겹친 단기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기간을 넓혀 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3주간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경유는 오히려 감소했다"며 "소비가 구조적으로 폭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가격 신호가 약화하면서 에너지 절약 유인이 줄어드는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며 제도의 한계도 거론했다.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더 강하게 억제한 데 대해서는 물가와 실물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1차 최고가격을 결정하면서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낮게 책정해 두 유종 가격을 사실상 같은 수준으로 맞춰다. 국제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더 비쌌지만, 경유는 소비재가 아니라 생산과 물류의 연료인 만큼 가격 상승이 화물 운송비와 식료품 가격, 대중교통 요금으로 연쇄 전이되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한 3차 조정에서 동결을 택한 것과 관련해서는 "가격 원칙만 놓고 보면 비판이 가능하지만, 물가와 실물경제 안정이라는 더 큰 목표를 고려한 선택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고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가격을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최고가격이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2주 평균 변동률을 반영해 산정되는 규칙 기반 시스템이라며, 3차 조정에서 이 규칙이 일부 유연하게 적용된 데 대해 "제도의 결함이라기보다 극단적 변동성 상황에서 정책 판단이 개입된 사례"라고 했다.
비축유 스왑이 정유사 특혜?…"정유사가 차액 부담할 가능성도"
비축유 스왑을 둘러싼 '정유사 특혜' 지적에도 반박했다. 그는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확보해 오는 동안 정부 비축유를 먼저 빌려 쓰고 나중에 상환하는 구조라며, 대여료뿐 아니라 비축유와 대체 원유 간 가격 차이까지 반영되는 만큼 일방적 지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처럼 중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유사가 차액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실 보전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산위원회와 외부 회계 검증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제 원가 산정과 마진 계산을 둘러싼 논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정책 신뢰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한편 김 실장은 최고가격제가 가능한 배경으로 국내 정유 능력과 내수 공급 통제력, 손실을 정산할 수 있는 사업자 구조를 들었다. 그는 "한국은 대규모 정제 시설과 내수 중심 공급 구조가 있었기에 수출 조정, 비축유 활용, 가격 규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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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 제도는 가격 신호 왜곡, 유통 구조의 혼란, 장기화 시 시장 기능 훼손 가능성 등 분명한 대가를 수반한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비용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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