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보도, 이주민 불법활용 정황 밝혀

그리스 경찰이 조직적으로 이주민들을 활용해 육로로 자국에 들어오려는 다른 이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14일 영국 BBC를 인용해 이를 전했다.


BBC는 자사가 확보한 경찰 내부 문건과 관련자 인터뷰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리스 경찰이 포섭해 관리해온 이주민들이 '용병'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용병은 파키스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지 출신의 이주민들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공권력을 대신해 국경을 넘어오려는 이주민들을 내쫓았고, 그 과정에서 폭행과 약탈 등 각종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리스의 한 경찰서 앞에서 대기 중인 이민자들. EPA 연합뉴스

그리스의 한 경찰서 앞에서 대기 중인 이민자들. EPA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유럽연합의 남단에 위치한 그리스는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와 난민들에게 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진다. 2015년에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100만 명의 난민과 이민자가 그리스에 상륙하기도 했다.

한 경찰 소식통은 BBC에 '용병'들이 매주 수백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국경 밖으로 쫓아내는 데 동원됐다고 전했다. 그는 "에브로스 일대서 일하는 군인, 경찰 중에서 강제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난민 심사 등 적법한 절차 없이 국경에 도착한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를 국경 밖으로 강제로 내쫓는 일은 국제법상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BBC는 용병들이 다른 이주민들을 협박·폭행하고 스마트폰과 현금 등을 갈취해 왔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경찰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붙잡힌 이들에게 합법 통행 서류 발급 등을 대가로 '용병' 일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용병일을 한 사람의 증언도 나왔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모로코인 마르완은 자신이 이주민들로 가득 찬 그리스 감옥에 있다가 현지 경찰관에게 불려 나가 제안을 받고 '용병'이 됐다고 밝혔다.


그가 한 일은 일명 '뱃사공'이다. 그리스로 넘어온 이주민들을 붙잡아 소형 배에 실은 뒤 다시 튀르키예로 실어 날랐다는 것. 마르완은 다른 이주민들에게서 빼앗은 휴대전화나 유로화를 정기적으로 자신을 포섭한 그리스 경찰관에게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3월 BBC와 인터뷰에서 이주민 '용병'을 동원한 강제 밀어내기 의혹에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AD

그리스 당국은 이번 보도에 관한 서면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