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선 유지한 채 근적외선 동시 인식…실명 마우스서 행동 반응까지 확인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던 근적외선을 인식하는 이식형 인공망막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구현됐다. 단순한 시력 복원을 넘어, 기존 가시광 시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파장대의 시각 정보를 추가한 세계 첫 감각 확장형 인공망막이라는 점에서 '인간 증강' 기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연구재단은 박장웅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근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이식형 인공망막 장치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전자소자 분야 국제학술지 Nature Electronics 에 13일 게재됐다.

근적외선 투과 필터, 포토트랜지스터, 3차원 액체금속 전극으로 구성된 인공망막 구조와 망막 표면 이식 개념도. 근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 신경을 직접 자극한다. 그림 설명·제공=박장웅 연세대 교수

근적외선 투과 필터, 포토트랜지스터, 3차원 액체금속 전극으로 구성된 인공망막 구조와 망막 표면 이식 개념도. 근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 신경을 직접 자극한다. 그림 설명·제공=박장웅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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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를 포함한 인간의 시각은 400~700나노미터(㎚) 범위의 가시광선에 한정된다. 이보다 파장이 긴 근적외선은 야간 투시, 열 정보 탐지, 드론 표적 식별 등에 활용되지만 사람은 원래 인식할 수 없다. 연구팀은 기존 인공망막의 '시력 복원' 개념을 넘어 보이지 않던 파장 영역 자체를 새로운 시각 채널로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은 초소형 이식형 장치다. 근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포토트랜지스터, 가시광선은 그대로 통과시키고 근적외선만 선별하는 초박막 필터, 안구 조직에 밀착되는 3차원 액체금속 전극을 결합해 망막 신경절세포를 직접 자극하도록 설계했다.

가시광선은 광수용체를 통한 자연 시각 경로로, 근적외선은 포토트랜지스터와 3차원 액체금속 전극을 거쳐 망막 신경절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인공 시각 경로로 전달되는 원리. 그림 설명·제공=박장웅 연세대 교수

가시광선은 광수용체를 통한 자연 시각 경로로, 근적외선은 포토트랜지스터와 3차원 액체금속 전극을 거쳐 망막 신경절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인공 시각 경로로 전달되는 원리. 그림 설명·제공=박장웅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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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장치를 이식한 정상 생쥐는 기존 가시광 시각을 유지하면서 근적외선 자극에 새로운 반응을 보였고, 망막변성 실명 생쥐도 장치 이식 후 근적외선에 대한 시각피질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물 보상 행동 실험에서는 근적외선 신호에 맞춰 예측적으로 움직이는 행동까지 확인돼 단순 신경 반응을 넘어 실제 '보는 능력'이 형성됐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시력 복원을 넘어 인간이 원래 갖지 못한 감각을 기술로 확장하는 인간 증강 바이오전자공학의 첫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야간 감시, 국방, 의료영상 보조, 정밀 신경조절, 뇌-기계 인터페이스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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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웅 교수는 "기존 시력과 새로운 시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야간 감시, 국방, 의료 진단은 물론 신경 인터페이스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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