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비례 '정률제' 방식 적용
유류세 수수료까지 대신 내는 꼴
매출 늘어도 이익 감소 역전현상

편집자주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3월13일 첫 시행 이후 약 한 달째, 동네 주유소들이 적자경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유통망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착화된 구조적 비용 때문으로 발생하는 손실과 인위적인 가격 고정으로 인한 시장 기능 마비 등 문제를 진단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본다.

고유가와 가격 통제 속에서 카드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며 주유소업계의 수익 구조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팔수록 손해"라는 역설적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고가격제의 역설]② 주유소 울리는 카드 수수료, ℓ당 수수료 29.8원-남는 건 25원뿐…임대료 등 빼면 역마진
AD
원본보기 아이콘

15일 석유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유소 현장에서는 가격 자체보다 비용 구조 문제가 수익성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원가와 비용이 함께 오르면서 실제 이익은 늘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매출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떼가는 '정률제' 카드 수수료 방식에 있다. 주유소는 ℓ당 마진이 수십 원에 불과한 저마진 업종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수료 체계는 마진이 아닌 '판매가' 전체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특히 기름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유류세)임에도 불구하고 주유소가 대신 걷어주는 세금에까지 카드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최고가격제로 고정된 ℓ당 1934원에 들여온 휘발유를 국내 평균 가격인 ℓ당 1989원에 판매할 경우 카드 수수료 약 1.5%를 적용하면 29.8원이 빠진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남는 금액은 약 25원에 불과하다. 판매 마진보다 카드 수수료가 더 큰 셈이다. 여기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역마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카드 수수료 체계가 저마진 업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유지돼 왔다는 점을 구조적 문제로 지목한다. 유가 변동과 무관하게 매출 기준으로 수수료가 부과되는 방식이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 문제는 1980년대 후반 신용카드 도입기부터 이어진 구조적 과제로 꼽힌다. 도입 초기에는 카드 사용 비중이 크지 않아 매출액에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정률제' 방식에 대한 부담이 제한적이었지만 결제 환경이 빠르게 카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수료 부담은 급격히 확대됐다.


이후 1997년 유가 자율화로 경쟁이 심화되며 ℓ당 마진은 줄어든 반면, 유가 상승 시 매출액이 커질수록 수수료 부담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결국 현재 구조는 '매출 확대와 이익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역전 현상'을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결제 건당 또는 ℓ당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액제' 전환을 요구해 왔지만 업종 간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고유가 국면마다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은 연 매출 3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하는 약 0.5%대의 우대 요율이 적용되며, 이를 초과할 경우 약 1.5% 수준으로 올라간다. 다만 국내 주유소 상당수가 연 매출 50억원 이상으로 집계되면서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류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구성돼 실제 마진 대비 매출 규모만 크게 잡히는 '매출 착시'가 발생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주유소 매출 산정 시 유류세를 제외한 순매출 기준으로 수수료 구간을 재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AD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기준상 이미 낮은 수준의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어 구조 변경이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수수료 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