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코딩 성벽]⑤바이브 코딩이 일자리 뺏을까?…"높은 수준 개발자 각광 받을 것"
개발자의 조수로 자리 잡은 바이브코딩
코드 작성 등 반복성 작업은 사람보다 뛰어나
"구조, 수익 모델 볼 줄 아는 개발자 필요"
"바이브 코딩은 등장 1년여 만에 개발자 개인을 넘어 기업 단위 활용이 활발한 상황입니다."
3년 차 개발자 정현서씨(가명·31·남)의 회사는 바이브 코딩 도구 커서(Cursor)의 기업용 요금제를 구독하고,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한다. 정씨의 업무 방식은 1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 정씨는 "개발자들이 전반적인 설계나 기획을 하고, 필요한 일반적인 코드는 커서가 생성한다"고 업무 과정을 설명했다.
바이브 코딩이 처음 등장한 지난해 2월, 많은 개발자들은 바이브 코딩의 성능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업계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버그와 보안 문제로 기업 프로젝트에 전문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위험이 크다는 의견도 많았다.
개발자들의 조수가 된 AI
오파크의 한 개발자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사용자 경험 반응성 테스트와 기능 테스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김혜린 오파크 대표는 AI 에이전트가 개발자 4명 정도의 업무 역량을 보여줘 타 프로젝트와 동시에 업무를 진행할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동주 기자
바이브 코딩은 이미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조수로 자리 잡아 개발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자들은 계획, 요구사항 분석, 설계, 개발, 테스트, 배포, 운영·유지 관리 등 7단계 개발 수명 주기를 거쳐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AI는 주로 개발과 테스트 단계에서 코드 초안 작성, 반복 로직 정리, 테스트 코드 보조 등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수행하고, 개발자들은 서비스 개발에 중요한 요구사항 분석, 예외 대응, 운영 관리 등에 집중한다. 정씨는 "코드 수정, 버그 개선 등의 수행 목적에 부가적으로 필요한 '잡무'를 AI가 대신해주고 있다"며 "과거에는 하루에 커밋(Commit, 개발 변경 사항을 관리 시스템에 적용하는 과정) 한번이 최선이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수십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5년 차 웹 개발자 임제훈씨(가명·36·남)는 바이브 코딩 도입 후 혼자서 3명 몫을 할 수 있어 개발 속도가 2~3배 빨라졌다. 임씨는 "바이브 코딩이 30~40% 코드를 짜면, 디테일한 부분을 작성하거나 내부 규정을 검토하는 방식"이라며 "AI가 짜준 코드들을 보며 사내 시스템에 더 잘 어울리는 코드를 고르거나, 빼먹은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자의 판단이 필요한 서버 인프라나 데이터베이스 설계, 사내 규정에 따라야 하는 로그 히스토리 관리 영역은 AI에 맡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바이브 코딩이 개발자들의 보조 도구가 되면서 기업들의 신규 개발자 채용은 줄고 있다. 3년 차 금융권 전산시스템 개발자 백동승씨(29·남)는 "금융권 앱 화면을 개발할 때 AI를 적용하거나, 오래된 코드의 로직을 유지하며 보수할 때 도움을 받는다"며 "화면 디자인, 기능 테스트 등 같은 단순 반복이 필요한 작은 단위의 업무에서는 AI가 이미 사람보다 월등해 신입을 뽑지 않고 클로드 유료 버전을 회삿돈으로 구독해 활용한다"고 했다.
사람 개입 없이는 개발 완성 못 해…설계 맥락 파악하는 괴짜 개발자 선호
AI가 작성하는 코드는 늘고 있지만, 개발자들은 바이브 코딩을 온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 AI가 생성한 코드에는 보안 취약점이 포함될 수 있고, AI가 대규모 프로젝트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서다. 백씨는 "AI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전부 이해하고 설계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며 "전체적인 설계는 개발자가 주도하되 부분적인 작업은 AI에 맡기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기술(IT) 서비스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에서는 올해 초부터 천재 괴짜 개발자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AI가 만든 코드의 결함을 찾아내 수정하고, 전반적인 설계 맥락과 구조를 파악하는 역량이 필요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높은 수준의 설계 역량을 갖춘 개발자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교수는 "코딩 AI는 다단계 추론 능력이 발전해 코드 결점을 찾아내 해결하거나 설계 구조를 파악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며 "서비스를 개발할 산업 영역의 노하우, 규제 등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IT시스템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획 능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직접 코드를 짜는 프로그래밍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앱의 도움을 받아 로직과 문제를 찾고, 기술문서를 찾아 프로그래밍하는 개발자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경력이 쌓인 시니어 개발자가 필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에서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경력과 탐험 정신이 중요해진 시기"라고 덧붙였다.
박진호 동국대 컴퓨터·AI학과 교수는 "AI가 좋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소스 코드나 코딩 경험을 학습해둔 상태로, 코딩 자동화는 이미 일상이 됐다"며 "단순 기술자나 초급자보다는 AI를 잘 쓰는 개발자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개발 생명주기에서 코딩만 자동화된 것일 뿐, 요구사항 분석, 설계, 테스트 및 유지 관리 단계는 개발자가 해야 한다"며 "AI를 잘 사용하려면 개발의 전체 구조나 방향, 수익 모델 등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논리성과 배경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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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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