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 지키는 최후 수비수"…'특허괴물' 잡는 박경택 부장검사[인터뷰]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장
이공계 출신이나 변리사 자격 갖춘
전문 검사·수사관
장기간 경력 쌓아 수사 노하우 축적
"특허 방어 전략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건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의 패를 보고 베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특허를 어떻게 공격받을지, 협상에서 어디까지 밀릴지 상대가 먼저 알고 들어오는 셈입니다."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장은 1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특허 기밀정보 유출 사건의 심각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카이스트 등 이공계 출신이나 변리사 자격을 갖춘 전문 검사·수사관들을 전면 배치해 국가 핵심 기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 기업 패 읽는 '특허 사냥꾼'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 전직 IP센터 직원이 내부 특허 분석 자료를 외부 특허관리기업(NPE) 측에 넘기고, 이를 토대로 상대방이 삼성전자로부터 약 440억 원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낸 사안이다.
박 부장검사는 IP센터 자료 유출이 기업에 치명적인 이유로 '전략의 노출'을 꼽았다. 해당 자료에는 특정 특허 리스크에 대한 기업의 구체적인 입장과 대응 방안이 담겨 있어, 이를 입수한 쪽은 기업의 취약점과 지불 용의액을 미리 파악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장검사는 "NPE는 본래 중소기업의 특허권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내부 정보를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해 협상에 활용하는 것은 특허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행위는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할 자금을 불필요한 법적 분쟁과 합의금으로 소모하게 만들어,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 깊숙이 숨겨진 증거 찾는다
갈수록 치밀해지는 범행 수법과 증거 인멸도 수사기관의 큰 숙제다. 박 부장검사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이공계 기술자들이다 보니 흔적을 지우고 서버 깊숙한 곳에 데이터를 숨기는 등 일반인보다 증거를 훨씬 치밀하게 은폐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고도의 '포렌식 숨바꼭질'을 뚫어내는 힘은 검찰 내 축적된 수사 노하우와 인력의 전문성에서 나온다.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이공계 전공자 등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들이 장기간 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수사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기술 유출 범죄의 낮은 처벌 수위와 손해액 산정의 어려움은 실무적인 과제다. 박 부장검사는 "예를 들어 D램 기술 하나를 훔쳤을 때 전체 제품 수익에 미친 영향을 입증하기가 까다로워 법원이 손해액 인정을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속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술 유출 범죄 권고 형량 상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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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검사는 "기술 유출 범죄는 반드시 적발되고 이익은 박탈된다는 원칙을 확립해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불법행위에 앞으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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