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전기 저장 없이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DRAM) 구조를 구현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수인 '저전력·고집적' 메모리 기술을 한 단계 높일 성과로 주목받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커패시터(Capacitor) 없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2T0C(2-Transistor-0-Capacitor)' DRAM 구조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ETRI 연구팀이 산화물 반도체를 증착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연구팀이 산화물 반도체를 증착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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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하는 작은 저장 공간이다. 반도체 크기가 작아지면 커패시터 제작 난도는 높아지고, 전력 소모가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 커패시터를 없앤 새로운 메모리 구조가 필요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용화된 대부분 DRAM은 1T1C 구조로, 트랜지스터 1개와 커패시터 1개가 작동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탓에 커패시터를 반도체에서 제외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기존 연구에서도 커패시터를 없앨 경우 데이터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거나, 안정성이 낮아지는 한계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ETRI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활용되는 산화물 반도체 트랜지스터(TFT)를 적용해 2T0C DRAM 구조를 개발했다. 전기나 새어나가는 양인 누설 전류가 적고, 전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메모리 소자에 적합한 산화물 반도체를 이용한 결과물이다.


이를 적용해 개발한 2T0C DRAM은 기존 실리콘 기반의 DRAM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먼저 ETRI는 알루미늄이 첨가된 인듐-주석-아연 산화물(ITZO) 소재로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아산화질소(N2O) 플라즈마 공정으로 내부 결함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이를 통해 소자 내부 결함을 줄이고, 누설 전류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또 데이터를 읽는 트랜지스터의 채널 비율(W/L)을 최적화해 저장된 전하가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 결과 2T0C DRAM은 1000초 이상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데이터를 '0'과 '1'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범위인 메모리 윈도우(memory window) 성능도 13배가량 향상됐다. 이는 데이터를 보다 오래 그리고 정확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ETRI는 단순히 데이터를 오래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모리가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성능까지 개선했다. 기존 연구와는 구별되는 지점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실리콘 기반 DRAM 기술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메모리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 고집적·저전력 메모리 기술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남수지 ETRI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 박사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발전해 온 산화물 반도체 기술이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로 확인했다"며 "ETRI는 앞으로 2T0C DRAM이 3차원 반도체 집적 기술과 저전력 컴퓨팅 시스템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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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에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ETRI 캠퍼스 양차환 석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 ETRI 남수지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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