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올 만기 57兆 여전채 '흔들'…단기채 쏠림에 채안펀드 추가 투입되나
중동 리스크에 여전채 스프레드 70bp대 초반
금융당국 "80~90bp 진입 시 즉각 대응"
단기채 쏠림 심화…올해 57조 만기 앞 유동성 압박 고조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결렬로 시장 불안이 커지며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자금 경색 우려가 재확산되자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자금 추가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 사태 이후 글로벌 채권 금리가 들썩이자 여전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며 조달 여건이 빠르게 악화된 영향이다. 단기채 발행 쏠림으로 만기 구조까지 짧아진 가운데 올해 만기 도래 물량만 57조원에 달해 시장 전반이 얼어붙는 '돈맥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전채 스프레드 80bp 경고선…금융당국 "넘으면 즉각 대응"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여전채 시장을 현재 채권 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여전채와 국고채 간 스프레드(금리 차)는 현재 70bp(1bp=0.01%포인트)대 수준이지만 80~90bp 구간은 위험 진입, 100bp를 넘어서면 심각 단계로 판단한다"며 "스프레드가 80~90bp에 진입하면 여전채 추가 매입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이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여전채를 2000억원 규모로 매입한 데 이어, 추가 자금 투입 카드까지 검토하는 것은 시장 불안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핵심 자금 조달 창구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13일 기준 여전채 3년물(무보증·AA-) 금리는 4.116%로, 국고채 3년물 금리(3.38%) 대비 스프레드가 73bp까지 벌어졌다. 연초 54bp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몇 달 사이 격차가 크게 확대된 셈이다.
이 같은 금리 격차 확대는 중동 정세 불안이 촉발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서 비롯됐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굳어지며 국채 금리가 오르자, 여기에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전채에는 위험 프리미엄까지 얹히며 금리가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는 곧 여전사의 조달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고 투자 수요 위축까지 겹치며 자금 조달 여건이 전방위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회사채 등 신용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기채 쏠림 심화…올해 57조 만기 앞두고 유동성 압박 고조
실제 여전사의 차환 여건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 규모는 57조 원에 달하지만, 시장 경색으로 재발행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3%대 초반 금리로 조달했던 자금을 상환한 뒤 이제는 4%대 초반 금리로 다시 빌려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여전사들은 전체 자금 조달의 60~70%를 여전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단기채 쏠림 심화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여전채 장기채(만기 3년 이상) 발행 비중은 1월 평균 40.5%에서 2월 21.3%로 하락한 데 이어 중동 사태가 터진 3월에는 16.0%까지 떨어졌다. 4월 들어 32.0%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 과거 대비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단기물 위주 차환이 반복되면서 이자 부담이 빠르게 누적되고 차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장기채 수요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현재는 단기채 위주로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금 조달이 원활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발행 흐름을 보면 조달 환경 악화가 뚜렷하다. 여전채 순발행 규모는 1월 -1조4560억원, 2월 -1조4692억원으로 연초 두 달 연속 순상환을 기록했다. 이는 여전사들이 높은 금리를 감수하기보다 차입을 줄이며 버티는 전략을 택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3월(1조1072억원)과 4월(1조3708억원) 순발행으로 전환됐지만, 시장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기보다 불가피한 차환 발행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다. 카드론 금리나 가맹점 수수료는 규제와 경쟁으로 단기간 내 인상이 어려운 반면 조달비용은 상승하는 데 수익성은 제자리에 머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단기채 중심의 차환이 반복되면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 이를 매입한 금융사에 지급해야 할 이자도 늘어나고 건전성 악화 시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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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는 단기채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채에 이어 단기채 발행까지 막히면 차환 자체가 어려워지는 유동성 위기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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