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조 추경, 편성부터 집행까지 속도전
빚없는 추경 뒤집으면 대규모 세수오차
2차 추경론에 비판 일지만 최악 대비해야

[시시비비] 추경, 또 다른 전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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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추경'은 역대급 속도전의 산물이다. 2월28일 중동전쟁이 발발한 지 보름도 안돼 이재명 대통령이 추경(3월12일)을 지시했고 17일 만에 추경안을 마련해 3월31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도 심의에 속도를 내 10일 만에 추경안을 의결했고 정부는 곧바로 다음날인 11일 국무회의에서 상정·의결했다.


집행도 속도전이다. 정부는 전체 추경 중 10조5000억원을 신속 집행 대상으로 묶고, 상반기 내 85% 이상을 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부터 석 달간 8조9000억원 이상이 시중에 공급된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만 6조1000억원(국비 4조8000억원·지방비 1조3000억원) 규모다. 지원금 대상자는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70%(3256만명), 차상위·한부모(36만명), 기초수급자(285만명) 등 3577만명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4월 중 지급하고 그 외 국민에는 소득 선별 절차를 거쳐 5월18일부터 지급한다. 정책 대응의 타이밍과 규모 모두 '위기 대응형 재정'의 전형에 가깝다.

명분도 갖췄다. 중동 전쟁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외부 충격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부합한다. 고유가·고환율·공급망 불안이라는 3중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재정이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25조원이 넘는 초과세수 덕분에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은 정치적 부담까지 덜어준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다. '빚 없는 추경'이라는 표현 뒤에 가려진 것은, 회계연도 시작 석 달 만에 25조 원 규모의 세수 오차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했듯 이는 단순한 오차를 넘어 세수추계 체계 전반의 신뢰 문제다. 애초에 세수를 보수적으로 잡아 국채 발행 계획을 과도하게 세웠고, 결과적으로는 추경에서 '추가 국채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나라살림연구소)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예산을 편성하던 시점에 현재의 세수 여건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반복성이다. 2015년 이후 10여년간 16차례의 추경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위기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신 기업 실적과 산업 흐름을 반영한 '세수 재추계'를 의무화하는 등, 예측 시스템 자체를 손보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기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 추경을 편성하고 지원금 명목의 현금을 뿌려 소비를 떠받친다는 패턴이 고착화하는 모습은 재정운용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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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려되는 것은 추경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고개를 드는 2차 추경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가 재원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그러나 국가채무는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섰다. 추가 추경은 결국 적자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재정건전성 훼손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낳는다. 그렇다고 대비를 늦출 수는 없다. 이미 편성된 재정은 상반기 중 대부분 소진될 예정이고, 지원금 역시 8월 말이라는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과 환율, 공급망 리스크는 다시 한번 우리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반대로 상황이 빠르게 안정되더라도 그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2차 추경을 기정사실화할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완전히 배제할 필요도 없다. 이경호 경제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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