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달드리 연출 "영화보다 뮤지컬의 서사가 더 좋아"
"공동체에 대한 애도 담은 작품"
"엘튼 존, 한국 공연에 신나있어"
첫 방한 "서울은 살아있는 도시"
"이야기 구성(스토리텔링)은 영화보다 뮤지컬이 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2000년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감독하고, 2005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도 맡았던 스티븐 달드리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인공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룬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유명하다. 빌리는 영국의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 무대에 올라 힘차게 도약한다. 빌리가 발레리노가 되는 것을 극구 반대했던 아버지 루이스는 객석에서 꿈을 이룬 아들의 모습을 보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은 다르다.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가 함께 2인무를 추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직전에 빌리와 광부인 루이스의 삶이 뚜렷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달드리 연출은 "빌리는 런던의 로열 발레스쿨에 입학할 기회를 얻지만 (광부) 공동체는 파멸을 맞이한다. 광부들이 탄광으로 복귀하는 모습은 (광부) 공동체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 광부들이 탄광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장면은 무덤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으로 연출하려 했다."
달드리 연출은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빌리와 가족만이 아닌 공동체의 이야기를 더 보여주고 싶었다"며 "좀 더 넓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빌리 엘리어트가 한 공동체에 대한 애도를 담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빌리 엘리어트는 고(故) 마거릿 대처 총리가 경제 구조개혁을 추진하며 영국 북부 탄광촌 사람들과 격렬하게 대립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광부였던 루이스는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아들 빌리가 강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들이 나약해 보이는 발레보다는 권투를 배우기를 원했다.
달드리 연출은 "영국은 1984년 이후 탈산업화됐다. 제조업을 전부 없앴다. 탄광업도 사라졌다. 대처는 노동조합을 다 없앴다. 지금 한국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지만, 영국은 생산하는 제품이 없다. 은행업이 핵심 산업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탄광업이 사라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광부들의 파업은 노동조합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이다. 광부들은 한때 자랑스러운 노동자였지만 지금 그들이 사는 도시는 소외된 마을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달드리 연출은 "한국도 아주 빠른 산업화를 겪으면서 소외된 직업군들이 있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이 생겨났다"며 "그런 면에서 빌리 엘리어트 공연에 공감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드리 연출은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도 일자리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 세계는 앞으로 5년 동안 급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쪽의 변화만은 아닐 것이다. 큰 승자와 패자로 나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업계를 생각하면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쪽 일자리는 2년 정도면 다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실업률이 엄청 올라갈 것이다. 영화뿐 아니라 모든 산업군에서 무서운 속도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달드리 연출이 빌리 엘리어트를 뮤지컬로 다시 제작하게 된 계기는 엘튼 존 덕분이었다. 엘튼 존은 달드리에게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고, 스스로 작곡을 맡았다.
달드리 연출은 "엘튼 존이 영화 속 빌리와 루이스의 이야기가 자신과 아버지의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처음에는 엘튼 존의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가 몇 년 동안 계속 진지했기 때문에 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달드리 연출은 한국에 온 뒤 엘튼 존과 통화도 했다고 말했다. "엘튼 존은 한국에서 빌리 엘리어트가 공연된다는 사실에 무척 신나고 설레어있다. 그에게 한국 공연이 무척 잘 만들어졌고 배우들도 너무 훌륭하다고 말해줬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이듬해 북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0년 초연했다. 이어 2017년, 2021년 공연했고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달드리 연출은 처음 방한했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 한국에 오고 싶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빌리 엘리어트가 공연할 때마다 너무 바빴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돼 너무 설레고 신났다."
달드리 연출은 서울은 놀라운 도시라고 말했다. "서울에 오기 전 한 지인이 서울은 엄청난 도시라고 얘기해줬지만 이렇게 살아있는 도시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활력을 느낄 수 있다. 파리는 예쁜 도시지만 지루하다. 서울처럼 밤 9시 이후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곳은 없다. 서울은 특별하고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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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금융홀에서 개막했으며 오는 7월26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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