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N AI토피아 제작팀 'AI토피아'
기술 원리부터 전쟁·노동·인간다움까지
AI 시대를 읽는 최소한의 교양

인공지능을 둘러싼 말은 대개 두 갈래로 흐른다. 세상을 바꿀 구원자이거나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 위협이거나. 'AI토피아'는 그 극단을 비켜선다. 책은 미래가 정해진 것이 아니며, AI의 긍정적 가능성을 살리면서 부정적 측면을 줄여가야 한다고 말한다.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아니라 이해와 통제가 먼저라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김희윤의 책섶]AI를 모르면 공포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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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장점은 AI를 유행어가 아니라 작동 원리와 산업 구조의 문제로 끌어내린다는 데 있다. 연결주의와 인공신경망, 데이터 학습 방식 같은 기초 개념에서 출발해 생성형 AI 뒤에 놓인 병목, HBM, 반도체 경량화와 압축 문제까지 한 흐름으로 설명한다. AI를 결과물의 신기함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그 결과물을 떠받치는 연산과 메모리, 속도와 효율의 문제까지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 단단하다.


시야도 넓다. 알파폴드 사례를 통해 기초과학과 제약 산업의 변화를 짚고, 휴머노이드와 협력 지능, 드론 사례를 통해 AI가 물리적 노동과 로봇의 세계로 얼마나 빠르게 번져가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한 휴머노이드가 익힌 행동과 지식을 다른 기체에 그대로 복사할 수 있다는 설명은 숙련의 의미 자체가 달라지는 시대를 실감하게 한다.

기술의 확장만이 아니라 그 그림자까지 함께 짚을 때 책은 더 날카로워진다. AI의 자율성이 프라이버시와 기본권, 사회 질서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는 추상적인 윤리 담론에 머물지 않는다. 이스라엘·이란 분쟁과 위성 정보, 군사 플랫폼 사례까지 들어오면 AI는 편의의 기술을 넘어 권력의 기술이 된다.


어디까지 판단을 맡기고 어디서부터 통제할 것인지가 앞으로 더 첨예한 사회적 논쟁이 될 것임을 책은 보여준다. 생성형 AI 시대의 인간 변화에 대한 진단도 눈에 띈다. 이제 사람은 코딩 언어가 아니라 자연어로 기계와 소통한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늘 하던 일을 굳이 내가 해야 하느냐는 판단이 반복될수록 인간의 사고 습관과 뇌 기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은 묵직하다. 예술을 다루는 대목에서도 마찬가지다. AI 산출물이 곧장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며, 많은 경우 그것은 미학적 성취라기보다 기술 시연에 가까울 수 있다고 짚는다. 이 대목은 기술을 둘러싼 열광이 얼마나 쉽게 판단을 흐릴 수 있는지도 건드린다.


결국 저자들이 오래 붙드는 질문은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 채 남을 것인가다. 노동이란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드는 점에서 'AI토피아'는 단순한 기술 해설서를 넘어선다.


AI와 함께 일할 때 중요한 것은 AI 성능이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잘 아느냐라는 대목은 이 책의 현실 감각을 잘 보여준다. AI는 유능한 도구일 수 있지만, 일을 모르는 사람을 구해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자동항법 장치가 발달해도 조종석에 기장이 필요하듯, AI 시대에도 인간의 판단과 책임은 끝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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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토피아 | KBS N 'AI토피아' 제작팀 저 | 노르웨이숲 | 224쪽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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