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4년…'액티브 한은'으로 바뀌는 과정
폐쇄성 벗겨내고 경제 현안·연구에도 적극 목소리
직원 개개인 능력 강조…젊은 직원들부터 호응
'타이밍 놓치는' 한은사(寺)로 돌아가는 일 없어야

오는 20일 퇴임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기억할 한 단어를 꼽으라면 '시끄러운 한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 4년 동안 이 총재는 경제 현안과 사회적 담론에 선명한 목소리를 내며 주목받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혹자는 이를 '과도한 훈수'로 치부하지만 조용한 절간 같다고 해서 붙여진 '한은사(寺)' 이미지에서는 완벽히 탈피한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4.10 강진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4.10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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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부에서는 이 총재 부임 이전과 이후의 한은은 전혀 다른 조직이라는 말이 나온다. "4년 만에 체질이 달라졌다." 한은 직원들은 '이창용의 4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침묵을 미덕이라 생각했던 소극적 태도가 사라지고, 조직 내부에 역동적인 DNA를 심었다는 점이다. 리더가 먼저 시장·대중과 치열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통화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신중함과 꼼꼼함은 중앙은행의 필수 덕목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지나치면 조직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튀는 행동이나 파격적인 주장이 불가능해지고, 현안 대응의 적기(타이밍)를 놓칠 수도 있다. 이 총재가 가장 경계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이 총재는 한은 내부의 적극성을 키우기 위해 시스템부터 바꿨다. 임직원 스스로 업무 목표를 세우도록 했고, 보고서는 작성하는 것 못지않게 '읽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변화에 젊은 직원들부터 반응이 나타났다. 한 직원은 "이제는 직원들 스스로 외부에 보고서를 내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변화된 한은에 자긍심을 느끼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유쾌한 농담을 즐기는 그의 성격도 진지하고 무거운 한은의 공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그 밑바탕에는 허물없는 소통이 깔려 있다. 전직 한은 임원은 "'이것도 모르냐'고 먼저 장난을 치면, '아셔서 좋으시겠습니다'라고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었던 상사"라고 그를 회상했다.

그동안 발표된 구조개혁 리포트는 외부의 비판을 감내하며 내놓은 결과물이다. 입시제도, 자율주행 택시, 연명치료와 같은 논쟁적인 문제까지 다루며 정책 대안을 공론화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왜 오지랖을 부리느냐"는 비난도 받았지만, 그는 '구조개혁 없이는 어떤 통화정책도 효과적일 수 없다'는 원칙을 꺾지 않았다. 이런 행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담론을 형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싱크탱크로서 한은의 역량과 체급을 키우는 데도 한몫했다.


'포스트 이창용' 체제는 기대와 긴장감이 공존한다. 긴장감은 신현송 후보자의 독보적인 커리어에서 비롯되고, 기대되는 것은 그의 지적 자산을 이어받아 한층 강화될 한은의 전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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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외부에서 공통으로 우려하는 모습은 과거 '한은사(寺)'로의 회귀다. 훌륭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도 그것이 상급자의 서랍 속에만 머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레 몸을 사리느라 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연구의 날카로움이 무뎌진 한은은 국가 차원에서도 낭비다. 조직의 역동성을 지켜내는 것은 결국 수장의 소신에서 온전히 비롯된다. 한은 총재 한 명이 가져오는 변화의 무게가 이토록 크다.


김혜민 금융부 차장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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