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 301조 조사 의견 제출 86건 중
마감 이틀 앞둔 13일 한국 기업은 두 곳
韓 기업들 "美 투자 비용 증가 우려" 전달
"공청회 전후 韓기업들 적극 의견 개진해야"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의견 제출 마감을 이틀 앞둔 가운데 글로벌 업체들이 관세 면제를 요청하며 조치의 신중한 적용을 촉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국에 법인을 둔 국내 업체 위아, 한양로보틱스(나우로보틱스)가 미국 업체에 대한 투자 축소 우려, 한미 간 협력 관계 등을 피력하는 내용의 의견을 제출했다.


13일 아시아경제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접수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의견 제출 명단을 분석한 결과, 의견서를 제출한 86건(오후 4시 기준) 중 가운데 한국 기업은 두 곳으로 파악됐다. 두 회사는 모두 미국에 법인을 둔 회사이며, 미국 법인명으로 의견이 제출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 내 무역법 301조 조사 의견 제출 명단. USTR 홈페이지 캡처.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 내 무역법 301조 조사 의견 제출 명단. USTR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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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은 지난달 11일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를 공표했으며, 오는 15일 자정까지 의견을 접수한 뒤 5월 5~8일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USTR은 해당 조사와 관련해 ▲구조적 과잉 설비·생산이 조성될 경우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경우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할 경우 등에 대해 공개 의견 제출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韓기업들, 美 투자 제약·협력 관계 피력

위아공작기계 미국법인(WIA Machine Tools America)은 USTR에 지난 9일 의견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301조 관세가 미국 제조업체들에게 자본 투자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구매 지연, 투자 축소로 이어질 뿐만 설비의 현대화를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규모 제조업체들의 경우 가격 인상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아공작기계는 공작기계 생산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회사는 "공작기계 거래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서비스 관계를 뒷받침하며, 이는 숙련된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한다"며 "더 높은 취득 비용으로 인해 공작기계 판매가 줄어들 경우, 이러한 국내 서비스 및 지원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의견서를 제출한 한양로보틱스 미국법인(Hyrobotics Corporation)은 한국 기업의 효용가치와 미국과의 협력을 직접적으로 강조했다. 한양로보틱스는 올해 초 산업용 로봇 기업 나우로보틱스에 인수된 바 있다. 한양로보틱스는 의견서에서 "한국의 산업 정책은 단순히 생산량 기반 제조 확대보다 혁신, 공급망 회복력,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는 불공정 무역 관행과 한국과 같이 생산능력 조정, 기술 발전, 상호 호혜적 산업 협력을 지향하는 동맹국의 정책은 구분해 301조 조치를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국이 규범 기반의 시장 지향적 경제 시스템 하에서 운영되며, 공정무역 원칙과 투명성, 국제 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온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산 장비 수입이 미국 상거래를 제한하기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순효과를 가져온다고도 했다.


나우로보틱스 관계자도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상 당장의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미국 법인 운영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 실제 영향을 경험한 뒤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견 제출 기업 살펴보니…미국, 유럽, 대만 등 곳곳서 요청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제14차 각료회의(MC-14)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제14차 각료회의(MC-14)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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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은 제조업 과잉 능력·과잉 생산과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 강제 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조치 불이행 여부와 관련해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 대상국 중 일본, 대만, 유럽 등 다양한 국가들의 개인, 기업, 단체에서 USTR에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산업용 기계·로보틱스 관련 업체들의 요청 비중이 높았다. 위아공작기계, 한양로보틱스 등 한국 업체를 포함해 일본 공작기계공업협회(JMTBA), 독일 플라스틱 사출기 제조사 아르버그(ARBURG) 등이 목소리를 냈다. 또 미국 특수 화학물 제조 기업 캐보트(Cabot Corporation), 독일 태양광 인버터 기업 SMA, 글로벌 포장재 기업 실드에어(Sealed Air) 등 화학, 원자재 및 에너지 기업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섬유, 신발 등 소비재 기업도 의견을 전달다.


이와 별개로 15곳이 공청회 출석을 요청했다. 대부분 미국 현지의 대형 협회 단위에서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알루미늄협회(The Aluminum Association), 강관협회(Steel Tube Institute), 에너지인력기술위원회(Energy Workforce & Technology Council), 미국 신발 유통 소매업체 협회(FDRA) 등이 공청회 출석을 신청했다.


산업계에서는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의 발언 등을 종합할 때, 관세 조정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어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대중국 관세 원복 여부에 대한 질문에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으며 법적 절차와 조사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며 단정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대해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국제경제비상권한법) 위법 판정 이후, 법적 기반의 안정성도 챙기겠다는 의미로 향후 실무적이고 법적 절차 부분도 점차 중요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마감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의견 제출을 한 86곳 중 2곳만 한국 업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의견 개진이 다소 소극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미국 내 생산·투자 유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과 정부 주도의 외교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일종의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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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청회 전후를 포함해 관세 적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전략 수립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는 당부가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상품 232조 관세 부과 기준이 변경되며 우리 기업의 부담이 낮아진 사례처럼 상황이 바뀔 여지도 있다"며 "한국의 과잉 공급은 중국과는 다르고, 미국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계속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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