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합리적 개편과 소비자 선택 간 괴리
손해에 민감한 인간 심리…기존 보장 포기할까
'좋은 보험'은 버려지지 않는다…'체감 설계' 필요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대폭 낮아진다는데 갈아탈 생각 있으세요?"
기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몇 차례 같은 질문을 던져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굳이 왜 바꿔요. 괜히 바꿨다가 손해 보면 어떡합니까."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은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보장을 줄이는 구조다. 보험료가 4세대에 비해 평균 30% 이상 낮아진다. 비급여의 과도한 이용을 억제해 손해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손해율'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개편이다. 그런데 소비자들 분위기는 다르다. 제도 변경이 예고됐음에도 반응은 미온적이다.
5세대 실손으로 사람들은 왜 움직이지 않을까. 여기에는 '손실 회피 심리'가 숨어 있다. 이전 세대 가입자는 보험을 유지하는 한 지금의 보장을 계속 누릴 수 있다. 반면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타는 순간 그 이익은 사라진다. 보험료가 저렴해진다는 설명은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손에 쥐고 있던 보장을 내려놓는 데 따른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미래에 절감할 수 있는 할인 금액보다 당장 잃어버릴 '보장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험사와 금융당국 입장도 이해는 간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보험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입자 입장에선 당장 유리한 조건을 포기하고 손해로 느껴지는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이런 현상은 비단 5세대 실손보험 문제만은 아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초기에도 일부 이동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환 속도는 떨어졌다. 새로 등장한 보험이 기존보다 '좋지 않다'는 인식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업계는 '계약 재매입'이나 '보험료 할인' 같은 유인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덜 내고 덜 보장받는' 방식을 확산하려면 보다 정교한 설득이 필요하다. 기존 보장을 일부 유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 혹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구조가 바뀌도록 만드는 연착륙 시나리오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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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보험이 탄생할 때마다 계약 갈아타기를 유도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노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보험이 바뀐다고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정책 의도는 합리적일지 몰라도, 때때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체감'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외면하면 이번 개편의 결론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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