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한 세계경제 적나라하게 드러내
글로벌 규범보다 '힘의 논리' 미래 보여줘
동맹의 신뢰성·결속력에도 큰 균열 생겨

[블룸버그 칼럼]美-이란 전쟁, 팍스아메리카를 분열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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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 그리고 잠자고 있던 현실을 드러낸다.


지금의 취약한 휴전 상태로는 중동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인지,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전쟁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었고 그 범위와 영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전쟁은 '무기화한 세계 경제'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오랜 동맹에는 균열이 생겼고 새로운 동맹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줬다.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중동의 중요도가 높아져 있었다는 점도 나타났다. 세계 경제에 있어 글로벌 규범의 중요성보다는 힘의 논리가 전면에 나서는 미래가 찾아올 것임을 예고했다.

이란과의 충돌은 '강대국 간 대리전'이자 '현대전의 실험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위기는 좋든 나쁘든 미국이 이전보다 더 맹렬하게, 그리고 덜 예측 가능하게 자신의 강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승자와 패자를 완전히 가려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모든 전쟁은 전투가 막 끝났을 때와 몇 년 후가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분명한 것은 이 분쟁이 거대한 지정학적 충격을 만들어냈고 우리 세계를 재편하고 있는 수많은 변화를 더 가속화했다는 점이다.


이란과의 첫 교전은 몇 시간 만에 중동 역내 전쟁으로 번졌다. 그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개입되는 순간 불가피한 일이었다. 중동산 원유와 에너지 자원이 통과하는 세계의 관문을 닫는 행위는 어떤 것이든 간에 시스템을 뒤흔드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전쟁이 페르시아만 패권을 둘러싼 다자 간 경쟁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위기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발생할 때 그 영향이 커진다. 이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재임 기간과 그 이후를 포함해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는 이번 전쟁이 광범위한 다른 결과들을 낳는 데 기폭제가 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위기는 '모든 것의 무기화'로 비약적인 전환을 하는 데 기여했다. 상호 의존적인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호르무즈 해협은 핵심 취약 지점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지역들도 무기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는 향후 공급망 재편과 자원 확보 경쟁의 심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새 힘을 부여한 것과 같은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도 펼쳐질 수 있다.


둘째, 이번 전쟁은 인공지능(AI) 전쟁이자 강대국 대리전의 성격을 동시에 드러냈다. 첨단 AI 기술을 대대적으로 활용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군사적 학습과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삼는 상황이다. 워싱턴 강경파들은 이번 전쟁이 중국의 중동 파트너를 약하게 만들거나 전복시킬 경우 중국이 실질적 패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고 각종 전장이 연결될수록 큰 위기는 '힘의 시험장'이 된다.


셋째, 동맹 질서에는 균열이 생겼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신뢰는 무너졌고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 동맹보다 양자 협력을 선호하는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나토에서 탈퇴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나토가 보다 노골적으로 거래적 기반 위에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동맹의 신뢰성과 결속력도 불확실하다.


넷째, 핵 비확산 체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비확산 체제의 안정성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만약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유지하고 시설 복구에 성공한다면 핵무기 개발로 돌진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과 한국, 일본에서의 핵 논의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


다섯째,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은 강화됐다. 어떤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고 공언해도 이 지역은 세계 권력 경쟁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경제가 여전히 이 병목지점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후티 반군이 다시 홍해를 봉쇄하거나 유조선을 공격했다면 경제 충격은 두 배로 확대됐을 것이다.


여섯째, 이번 전쟁은 '규범' 중심에서 '힘' 중심으로 질서의 전환을 보여준다. 국제법은 이번 전쟁에서 크게 힘을 잃었고, 이란의 항행 자유 공격과 트럼프의 문명 파괴 발언은 이런 흐름을 상징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웃 국가의 주권을 침해했고, 항행의 자유는 여러 지역에서 공격받고 있다.


일곱째, 이번 위기는 중국이 세계 리더를 맡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상황은 전략적 기회다. 다만 중국은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유가 상승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혼란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안정성 공백으로 인한 큰 부담을 질 수 있다. 이 격변이 글로벌 패권 수정주의 세력에 위험으로 다가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쟁은 덜 제약되고 덜 예측 가능한 미국이라는 시대적 특징을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거부하면서도 군사력과 경제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분쟁에서 국제사회가 알게 된 것은 트럼프가 전쟁을 끝낼 계획도 없이 이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그 과정에서 지역과 전 세계 차원의 피해는 사실상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만 최우선시하는 초강대국 미국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국은 오랫동안 여러 국가에 안도감을 주는 존재였다. 미국의 힘을 대체로 세계 질서를 안정화하는 데 사용한 영향이 크다. 만약 이번 전쟁이 더 예측 불가능하고, 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초강대국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면 이는 세계를 근본적으로, 동시에 어쩌면 보다 위험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사건이 될 것이다.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헨리 키신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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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he Iran War Has Finally Shattered America's World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기자가 작성하고 AI가 부분 보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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