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협력 관계 말보다 행동"…폴란드 총리 "韓, 가장 중요한 파트너"
한·폴란드 정상 오찬, 역사적 공감대 위에 실용 협력 강조
이 대통령, 민주주의 연대·방산 신뢰 부각
투스크, 한국 리더십·협력 확대 의지 표명
쇼팽·조성진, 채식주의자 거론…월드컵 농담으로 오찬장 웃음도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 중인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식 오찬에서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며 양국 정상의 실용주의와 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했다. 투스크 총리는 "대한민국은 폴란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 중 하나"라고 화답하며 양국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오찬 환영사·건배 제의에서 "폴란드와 한국은 참 닮은 점이 많다. 80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국토와 주권이 상실된 아픈 역사의 기억 앞에서 하나로 연결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양국의 역사적 경험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언급했다. 김광균 시인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의 한 구절을 읊은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폴란드 모두 국권 침탈이라는 수난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희망의 새 역사를 써내려 왔다"며 "외세의 침략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민족의 자긍심과 문화를 지켜내며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고 했다.
이어 "1980년대 폴란드 그단스크 조선소에서 시작된 연대노조 운동은 대륙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 전해진 희망의 등불이었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폴란드의 시장경제 전환 과정에서 대우, LG 등 한국 기업의 투자도 양국 협력의 상징으로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적 공감대도 강조했다. 쇼팽과 폴란드 문학을 언급한 뒤 "앞으로도 양국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서로 어우러지며 양국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방산 협력은 단순히 무기를 수출하는 일이 아니다"며 "국가의 안보를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우수한 무기체계는 폴란드의 무기로 진화해 유럽 시장이라는 큰 무대를 향해 뻗어가고 있다"며 "양국 간 방산 협력이 폴란드의 국방력과 방위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에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총리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실용주의 철학이 실제로 중요하다"며 "저 또한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며 실용주의를 실천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리님이나 저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민주주의자라는 사실"이라고 말한 뒤,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다며 폴란드어로 '나 즈드로비에(Na zdrowie·건배)'라고 외쳤다.
이에 투스크 총리는 답사와 건배 제의에서 "대한민국은 오랜 세월 동안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폴란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 중 하나로 자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을 잇는 것은 단순한 교류나 협력뿐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진 두터운 신뢰감과 우정"이라며 "이처럼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믿을 수 있고 책임감 있으며 친밀감이 넘치는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돼 매우 영광이고 기쁘다"고 했다.
투스크 총리는 한국전쟁 당시 폴란드가 1500명의 전쟁 고아를 받아들였던 일을 언급하며 양국 우정의 뿌리를 짚었다. 또 "대통령께서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1년 전 대통령이 직접 보여준 용기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저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이 폴란드 전을 거론하며 특유의 농담으로 좌중의 웃음도 이끌어내기도 했다.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와 대한민국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단 하나를 제외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이 폴란드를 이겨 폴란드가 탈락했던 일이다. 이제는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감도 드러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채식주의자'"라며 "두 손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 문화가 폴란드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대통령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경제·문화·교육 분야 협력 확대 기대를 나타냈다. 투스크 총리는 마지막에 한국어로 "건배"라고 말하며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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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찬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등을 비롯해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대표,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등 경제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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