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자금 공급만으로는 부족
금융교육에 전략적 투자 나서야
생산적 금융은 돈의 방향을 혁신과 성장, 지역과 미래로 돌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 바뀐다고 해서 사람들의 투자 판단과 자금 선택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산업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기업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어떤 금융상품이 단기 차익보다 장기적 자산형성과 실물경제의 성장에 더 부합하는지를 가려내는 힘은 결국 금융소비자의 판단에서 나온다. 생산적 금융의 성패가 금융소비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방향을 뒷받침할 금융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OECD가 거듭 강조했듯 금융이해력은 개인의 재무 안정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의 성장 기반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국내 투자 시장의 현실은 여전히 본질보다 속도와 분위기에 더 크게 좌우된다. 장기·분산·가치 중심의 자금 흐름이 자리 잡지 못하는 것도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 판단하는 힘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이제는 금융소비자의 역량이 생산적 금융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금융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우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부터 달라져야 한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교육은 어떤 산업과 기업이 성장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추고 있는지, 자금이 왜 그곳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단기 차익과 장기 가치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힘을 기르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여기에 분산투자의 원리와 자본시장이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체계적으로 가르쳐 '좋은 투자'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바이오·AI·기후 기술 등 미래산업의 구조를 쉽게 설명하는 교육,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지위를 읽는 기초 훈련, ETF와 채권을 포함한 분산투자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런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금은 다시 익숙한 단기 쏠림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생산적 금융과 연결되는 생애주기별 특화 교육 모듈 설계가 시급하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도 바뀌어야 한다. 한 번 듣고 끝나는 강의식 교육만으로는 금융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이제 금융교육은 설명형을 넘어 실제 선택과 판단을 연습하는 체험형·실습형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공시를 직접 읽고, ETF의 구성 자산을 확인하며, 정책금융 상품을 실제 사례에 대입해보고, 투자사기와 과장 광고를 스스로 식별하게 하는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장기투자의 효과도 복리와 분산투자를 직접 시뮬레이션해보는 방식으로 체득하게 해야 한다. 영국 FCA가 젊은 투자자 다수가 짧은 시간 안에 투자 결정을 내리고 일부는 유행을 따라 충동적으로 투자한다고 지적한 것은, 판단을 늦추고 검증하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금융교육은 일회성 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애주기와 금융환경의 변화에 맞춰 반복되고 심화하는 상시 학습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의 성과를 재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이 교육을 받았는지보다, 교육 이후 장기 분산투자가 늘었는지, 정책금융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높아졌는지, 단기 추격매매와 금융사기 피해가 줄었는지, 청년과 고령층의 금융 의사결정이 더 안정적으로 바뀌었는지를 봐야 한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교육은 많이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자금의 선택과 방향을 실제로 바꾸는 교육이어야 한다.
생산적 금융의 성공은 자금을 얼마나 공급하느냐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금의 방향을 바꾸는 일만큼, 그 방향을 읽고 선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의 역량, 금융교육에도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생산적 금융이 국가적 과제라면 이를 떠받칠 금융교육 역시 부수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가적 기본 인프라로 격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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