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500억·보도자료는 5조
정보 비대칭성에 기댄 과대 홍보
객관적 사실관계 파악 힘들어

편집자주삼천당제약 주가 급등락 논란의 이면에는 코스닥 상장 기술기업의 과욕과 시장 시스템의 허점이라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다.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이 일순간 증발하면서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이번 사태는 K-바이오 산업이 어렵사리 구축하고 있는 신뢰자산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특히 뼈아프다. 삼천당제약이 투자자들에게 내세운 기술의 청사진은 현실성이 있는지, 이런 사태를 유발한 제도의 미비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삼천당이 흔든 시장 신뢰]①알맹이 없는 기술 청사진

[삼천당이 흔든 시장 신뢰]②투심 현혹하는 '홍보의 기술'

[삼천당이 흔든 시장 신뢰]③규제의 틈, 여전한 불씨


기술의 타당성이나 정합성 외에 삼천당제약 논란을 둘러싸고 불거진 또 다른 문제는 공시 및 홍보의 매커니즘이다. 자본시장법상 공시 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계약 조건과 잠재적 위험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기업이 자의적 해석을 반영하거나 부정적 내용을 가려버릴 여지가 있다.

[삼천당이 흔든 시장 신뢰]②투심 현혹하는 '홍보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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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수령액 508억, 기대치 5조3000억'의 함정


14일 바이오 업계와 금융투자시장 등에 따르면 삼천당제약과 관련한 시장의 '오해'가 유발된 대표적인 지점은 해외 기술이전 및 공급 계약의 '규모' 산정 방식이다. 통상적인 바이오 기술거래는 반환 의무가 없는 확정 계약금, 특정 단계 통과 시 수령하는 조건부 마일스톤(기술료), 제품 출시 후 발생하는 로열티 등으로 구성된다. 삼천당제약 삼천당제약 close 증권정보 000250 KOSDAQ 현재가 555,000 전일대비 35,000 등락률 +6.73% 거래량 584,201 전일가 520,000 2026.04.15 15:30 기준 관련기사 外人 매수에 코스피 2% 상승 마감…신고가는 아직 '50만원대 반토막 난 주가' 삼천당제약 회장님이 '韓10대 부자' 등극…무슨 일이? [삼천당이 흔든 시장 신뢰]③규제의 틈, 여전한 불씨 이 지난 2월 발표한 유럽 11개국 독점 판매 계약의 경우, 정식 공시에는 확정 수령 가능액인 508억원이 명시됐다. 반면 같은 날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5조 3000억원 규모'라는 수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제품 허가와 점유율 목표치 달성이라는 긍정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10년간의 예상 순이익을 단순 역산한 기대치로, 확정적 현금흐름과는 분명한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 독점 판매 계약 당시에도 '10년간 15조원 규모의 구속력 있는 매출 전망'이 보도자료를 통해 부각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통과 여부나 향후 경쟁 약물 출현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계약 유지 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 이익 배분 비율 역시 9대 1이라는 이례적인 수치가 공개되면서, 기대감과 더불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복잡한 공시의 세부 조건보다는 직관적이고 규모가 큰 기사 헤드라인에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주가 급등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텍 대표는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리가켐바이오 등 국내 주요 바이오텍과 빅파마의 기술이전계약이 연이어 나오며 '돈 버는 바이오'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산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와중에 이같은 논란이 터졌다"며 "기업의 내재 가치를 알리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방식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고 시장 질서를 위해서라도 보다 엄격한 제도적 틀이 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시 의무 있지만 데이터 질적 수준·해석 범위는 모호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질적 통제 기준이 모호한 현행 공시 가이드라인이 자리하고 있다. 임상 데이터·규제당국 승인 결과 등 행위 자체에 대한 공시 의무는 존재하나, 데이터의 질적 수준이나 회사의 해석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기준은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 압타바이오나 에이치엘비(HLB) 사례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압타바이오는 2022년 7월 29일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APX-115' 임상 2상 결과를 공시했고, '임상 2상 성공, 기술수출 청신호'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공시에는 '중증 환자'와 약을 제대로 먹은 '약물 순응군' 등에서 치료제의 효능이 입증됐다면서도 '전체 임상 대상자에 대해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특정 그룹에서 효능이 입증됐다는 내용만 부각하며 임상 성공을 주장한 것이다. 주가는 이틀간 53% 급등했다가 데이터 신뢰성 의혹이 제기되며 고점 대비 30% 넘게 급락했고, 그 사이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HLB는 2019년 9월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허위공시 의혹에 휘말렸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5월 HLB가 1차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외 홍보 자료를 통해 임상을 '성공'으로 표현했다는 판단 아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허위공시 의혹이 불거지면서 HLB 그룹의 시가총액은 한 주 만에 약 1조5000억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다만 HLB는 불공정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지 1년10개월 만에 검찰로부터 최종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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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혜민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 8일 텔레그램을 통해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무엇이 진짜 바이오텍이고, 무엇이 기대감만 앞선 종목인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바이오텍 섹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K-바이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기술이전 실적을 기록하며 '이유 있는' 버블을 형성했지만, 동시에 임상 데이터나 실적 검증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기대감이 먼저 주가를 끌어올리는 종목도 공존하고 있다"며 "일부는 실질 가치보다 서사와 수급이 가격을 좌우하는 이른바 '밈 주식' 성격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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